삼성전자 집중매수 외국인들 이유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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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삼성전자 효과'가 찬바람 불었던 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삼성전자는 물론 종합주가지수까지 끌어 올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일 외국인들이 사들인 삼성전자 주식은 모두 1천9백35억원어치였다. 이는 거래소 시장을 통틀어 외국인이 순매수한 금액(1천7억원)보다 많았다.

외국인들이 다른 종목을 많이 팔면서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9개월 만에 순매수로 돌아선 지난달(4천8백억원 순매수)에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기전자 업종 주식을 6천6백억원어치 샀다.

이처럼 외국인들의 돈이 들어오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달 14일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 5일까지 32% 가량 올랐다. 27만원 선이던 주가는 36만원 선으로 올라섰다.

삼성전자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주요 수입원인 반도체 경기가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2백56메가 더블데이터레이트(DDR)램 현물 가격이 지난 달 중순 개당 7달러 수준에서 5일 오전 현재 8.9달러까지 올랐다.

삼성전자의 기업 가치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도 투자 심리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불황기인 올 3분기에 1조7천3백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체 중 미국 마이크로소프트(3조2천억원)에 이어 둘째로 많고, IBM(1조5천억원)·인텔(8천5백억원)을 능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 자금의 성격▶DDR램 가격 상승이 PC 수요 증가 때문이 아닌 공급 부족 탓이라는 분석 등에 따라 삼성전자 매수가 짧은 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SK증권 조대현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들은 다른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판 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며 "신규 자금이 아니라 일정한 한도 내에서 움직이는 돈이 일시적으로 투자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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