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경쟁력 70점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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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세계 동종업계 일류기업들의 70% 수준밖에 안되는 것으로 평가했다.

또 혁신성 등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성장동력도 세계 수준에 크게 미흡해 선진기업과의 경쟁력 격차가 지금보다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중앙일보·전국경제인연합회·산업연구원이 2백명의 CEO를 대상(응답 94명)으로 공동 조사한 'CEO가 보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 설문조사'에서 밝혀진 것이다. 이 조사에서 CEO들은 기술·시장·인재 등 기업경쟁력을 가름하는 세 항목이 모두 동업종 세계 일류기업의 75∼80% 수준에 불과하다고 응답해 국제경쟁력이 상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마케팅·유통·브랜드 파워 등의 시장력(75.1%)이 가장 뒤떨어지고, 창의·지식·열의 등의 인재력(79.9%)도 모자라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CEO 모두 시장력이 기업경쟁력 확보의 가장 장애가 되는 요인(각각 75.9%, 74.2%)으로 지적했다.

전경련 김보수 경쟁력강화팀장은 "대기업 CEO들조차 시장력을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한 것은 의외"라며 "세계시장에서 독자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했으며 신뢰성을 쌓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 조사는 항목별로 세계 일류기업에 비해 약간 모자라면 80%, 많이 뒤떨어지면 70%로 응답하도록 했다.

CEO들은 또 향후 경쟁력 확보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혁신성과 투명성 등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두 항목은 모두 세계 수준의 70%대에 불과하다고 응답해 성장의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았다.

투명성의 경우 CEO(74.1%)보다 기업(71.2%)이 더 미흡하다고 응답해 기업 내 불투명한 경영관행이 투명성 지수를 크게 떨어뜨리는 것으로 생각했다.

업종별로는 중화학공업·경공업 등 제조업의 경쟁력이 높았다. 중화학공업의 경우 시장력 등 세 항목의 경쟁력(81%)이 세계 수준에 약간 뒤지는 정도며, 경공업도 시장력만 크게 미흡할 뿐 기술·인재력은 약간 뒤떨어지는 것으로 응답했다.

반면 은행 등 금융업과 건설·호텔·무역 등 유통 및 서비스업은 세 항목 모두 70%대로 조사돼 경쟁력이 취약한 업종으로 확인됐다.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컴퓨터·인터넷 등 정보통신업종도 인재력만 약간 처질 뿐 기술과 시장력은 크게 부족하다고 답변했다.

경쟁력이 그나마 괜찮은 중화학공업에 대해서도 혁신성과 투명성이 크게 미흡하다고 응답했으며, 경공업·유통서비스·정보통신업종의 경우 기업 투명성이 선진 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낮다고 답변했다. 산업연구원 김용열 기업정책실장은 "국내 기업들이 역점을 두고 있는 혁신성과 투명성 지표가 낮게 나온 것은 예상밖"이라며 "무엇보다 기업 투명성 제고가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김영욱 전문기자

youngkim@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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