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싸움도 무위로, 이창호 항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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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제9보

(141~158)=141로 파호해 李9단은 대마잡이에 나섰다. 거친 공격과는 거리가 먼 李9단이지만 막상 그가 공격나팔을 높이 불자 모두가 긴장하는 모습이다.

143까지 선수한 다음 145의 코붙임. 일격필살의 한수다. 이수로 인해 155에서 대마는 끊어졌다. 그렇다면 바둑이 역전된 것일까. 좀전까지만 해도 이 바둑은 어떤 사건도 일어날 수 없고 계가로 가는 길뿐인데 흑은 도저히 덤을 낼 수 없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검토실은 코멘트가 없이 조용하다. 거목이 꺾이기 직전, 그러니까 폭풍전야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대국장에 가보니 胡7단은 여전히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胡7단이 156으로 단수하고 158로 나갔을 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李9단이 돌을 던진 것이다. 우하 백대마는 잡을 수 있다.그러나 그바람에 좌측 흑대마가 몽땅 잡히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흑이 더 둔다면 '참고도' 흑1로 따내 우하 백대마를 잡는 것이다.그러나 백2로 젖히면 이번엔 이쪽 흑대마가 잡힌다. 일찍이 백와 흑를 교환해 둔 것이 지금 구실을 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胡7단의 수읽기 능력과 침착성은 놀라웠다. 그는 李9단이 145로 강타할 무렵, 아니 그보다 훨씬 전부터 좌측 흑대마와 바꿔치기하는 수를 보고있었던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dar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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