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PAVVK-리그>日 90년대스타 마에조노 "한국서 뛰고 싶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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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친 지난 4일 오후 성남종합운동장. 프로축구 2군리그 챔피언결정 1차전 안양 LG와 성남 일화의 경기가 벌어지고 있었다.

관중 2백명이 될까말까한 '그들만의 리그'에 안양의 등번호 35번 선수가 눈에 띄었다.

흰 머리띠를 질끈 동여맨 그는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비며 가끔씩 날카로운 스루패스로 찬스를 엮어냈다.

그는 마에조노 마사키요(29)였다. 1990년대 중반 나카타 히데토시를 능가한다는 평가 속에 천재 미드필더로 이름을 떨쳤던 일본 국가대표 출신이다.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최성용이 그를 꽁꽁 묶어 일약 스타로 떠오른 장면은 아직도 축구팬들의 기억 속에 생생하다.

그가 벌써 두달째 한국에 머물며 K-리그를 노크하고 있다. 지난 9월 한국에 온 마에조노는 성남에서 한달 넘게 테스트를 받았지만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기량은 쓸 만하지만 체력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그가 뛰게 되면 유럽이나 브라질 등지의 다른 외국인 선수 한명을 쓸 수 없다는 것도 감점 요인이었다.

성남에 이어 안양의 문을 두드린 그는 이날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전반 결승골로 연결된 프리킥을 날리는 등 '존재 가치'를 입증하려 애썼다.

경기가 끝난 뒤 그에게 "사진을 한장 찍어도 되겠느냐"고 묻자 "샤신, 다메(사진, 안돼)"라며 손을 내저었다. 자존심이 상한다는 눈치였다.

마에조노는 96년 올림픽 이후 연예계를 기웃거리는 등 자기 관리에 실패해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다. 포르투갈과 브라질 등을 떠돌던 그는 한국을 마지막 무대로 생각한 듯하다.

마에조노의 한국측 매니저는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 강재원씨다. 강씨는 "마에조노가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어한다.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양은 7일 2군리그 결승 2차전에서 마에조노를 한번 더 기용해 본 뒤 다음주 중 입단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성남=정영재 기자

jerry@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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