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배2002한국시리즈>원칙 vs 변칙… 마운드 '手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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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최원호(LG)와 '변칙' 전병호(삼성)의 선발 대결이다. 한국시리즈의 분수령이 될 3차전은-.

2차전 승리로 기세를 올린 김성근(LG)감독이 정공법을 택한 반면 일격을 당한 김응룡(삼성)감독은 의외의 선발카드를 내밀었다.

2차전에서 두 타자를 상대한 왼손 전병호. 정규시즌에서 LG를 상대로 승패 없이 7.36의 높은 방어율을 기록한 왼손 원포인트 구원투수다. '변칙'으로 승부를 건 것이다.

전병호는 흔히 말하는 '바람잡이' 선발이다. 상대의 선발 타순을 흔들어대기 위한 위장전술인 셈이다. 3차전 삼성 마운드를 실제로 책임질 선수는 오른손 정통파 배영수다. 배영수는 올시즌 LG를 상대로 두 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 방어율 4.35를 기록했다. LG의 배영수 상대 타율도 0.207밖에 안된다.

김응룡 감독이 전병호를 바람잡이로 내세운 이유는 상대의 왼손타선을 흔들어놓기 위해서인 것으로 풀이된다. 2차전 때 4번으로 기용된 왼손타자 김재현의 선발 기용을 망설이게 만들고, 2번 타순으로 올라선 뒤 맹활약하고 있는 왼손타자 이병규를 5번 이하의 타순으로 내려서게 하려는 시도다.

상대 선발타순을 흔든 뒤 만약 전병호가 흔들릴 경우에는 배영수·나형진 등 LG에 강점을 보였던 오른손 투수를 곧바로 투입, 분위기를 바꾼 뒤 경기를 풀어나가겠다는 포석이다.

전병호가 1이닝 이상을 버텨 왼손타자 위주의 LG 공격력이 둔화할 경우에는 다른 왼손투수(오상민·강영식)를 투입할 수도 있지만 그 가능성은 극히 작다.

LG 선발 최원호는 3차전에 대비해 지난 4일 일찌감치 혼자 서울로 올라왔다. 최원호는 정규시즌에 삼성을 상대로 네경기에 선발로 나가 3승1패, 방어율 3.86으로 강세를 보였다. 잠실구장에서는 2승 무패로 더 좋다. 플레이오프에서 2승을 거둔 이동현이 나흘이나 쉰 것도 LG 마운드의 강점이다.

투수력에서는 LG가 주도권을 잡았다. 분위기도 왠지 삼성이 쫓기는 형국이다. 2차전을 패한 삼성이 전력상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배영수를 믿지 못하고 몸을 움츠린 데서 비롯된 구도다. 그러나 3차전에서 삼성이 이승엽·마해영을 앞세운 타선의 힘으로 LG 마운드를 무너뜨린다면 주도권은 쉽게 삼성쪽으로 건너올 수 있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두 팀이 1승1패(1무포함)로 균형을 이룬 것은 모두 아홉번. 이 가운데 여덟번은 2승째를 먼저 올린 팀이 패권을 차지했다. 2패를 먼저 당하고 전세를 뒤집은 팀은 93년 해태가 유일하다. 3차전의 중요성은 그만큼 크다.

이태일 기자

pinetar@joongang. co. kr

◇오늘의 한국시리즈(오후 6시)

삼성(전병호)-LG(최원호)<잠실·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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