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국회문 닫아선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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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회는 14일 본회의를 열어 정치 개혁 관계법을 일부 처리키로 했다. 당초의 정기국회 회기를 한달 이상 단축해 사실상 8일 끝내기로 한 합의를 여론에 떼밀려 바꾸긴 했지만 그래도 잘한 일이다. 그러나 꼭 해야 할 일을 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할 일'은 다름 아닌 국회법 개정안 처리다. 민주당 분당 사태로 예산 지원이나 더 받게 될 공영제 확대 등 공직선거법 정도를 손질하고 끝낼 소지가 있는데 이래선 안된다.

국회법 개정안에는 국회를 국회답게 만들자는 박관용(朴寬用)국회의장의 경험·의지가 응축돼 있고 정파를 넘어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본회의 질문을 문답식으로 바꾸고, 상임위 이동을 제한해 저질·폭로 중심의 정치 공방을 줄이자는 등이 요지다.

또 요식 행위에 그친 결산 및 예산 심사 기능을 강화하고 자신의 언동에 책임을 지게끔 속기록 삭제를 금지하고 있다. 우리는 개정안이 국회에 대한 혐오와 경멸을 줄이는 동시에 의회 정치 발전에 기여하리라 믿는다.

그 처리를 서둘도록 촉구하는 이유는 내용 못지 않게 시기적으로도 지금이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물론 향후의 여야 장래가 불투명하므로 특정 정파적 입장을 떠나 가장 바람직한 방향의 법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국회의 면모를 일신하고 입법의 본산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 절호의 계기를 스스로 차버려선 안될 것이다.

우리는 이와 함께 한나라당이 제안한 '대통령 당선자 지위에 관한 법' 제정을 권고한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이긴 것처럼 나온다고 비아냥거리지만 감정적으로 대응할 일은 아니다. 누가 집권하든 대통령 당선자에게 총리 지명권이 없어 구 정권의 총리가 국무위원 제청권을 행사하는 파행 등 편법과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해선 지금 필요한 입법이다. 말로만 정치 개혁을 외칠 게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실천 의지와 노력을 보여야 한다. 시간을 끌 하등의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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