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美에 기지제공 안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 주도의 대 이라크 군사공격에 자국의 기지와 영공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CNN방송이 3일 보도했다.

CNN은 중동분쟁 취재로 유명한 크리스티안 아만포 기자가 최근 사우드 알 파이살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과 가진 인터뷰 기사를 통해 "유엔 안보리가 최종적으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용인할 경우에도 사우디아라비아가 국내 군사기지를 미군에 제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공식 입장을 전했다.

알 파이살 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유엔 안보리에 협력하지만 전투 참여나 무력 행사의 일환인 군사시설 제공 등은 별개 문제"라고 밝혔으며, "그 말은 (미군 군사공격 협력에 대한)'노' 라는 의미인가"라는 아만포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군에 영공과 기지를 제공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미국의 이라크 공격과 관련해 영공·기지 제공 여부를 뚜렷하게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알 파이살 장관은 "미국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이라크에 대한 무력 행사와 관련,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정치적으로 공감한다"면서 "그러나 유엔 등을 통해 무력 행사를 피해나갈 방법은 분명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셰이크 사바 알 아메드 알 사바 쿠웨이트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4일 "쿠웨이트 주둔 미군이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쿠웨이트 내 미군기지 사용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셰이크 사바 장관은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공격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셰이크 사바 장관은 쿠웨이트 군은 어떠한 경우에도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공격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소영 기자

olive@joongang. co. 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