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日도 학문적 애니 연구는 걸음마 단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7면

일본 최초의 애니메이션 학과가 내년 4월 도쿄공예대에 개설된다. 국내에 개설된 만화·애니메이션 관련학과가 1백14개에 달하는 현실과 비교해 볼 때 엄청난 격차다(일본의 경우 만화학과도 1986년 개설된 교토 세이카 대학이 유일하다).

이 대학에 전임강사로 부임하는 저명한 애니메이션 평론가 스야먀 게이(陶山惠·39)가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 초청으로 방한, 1일과 2일 이틀간 '일본 애니메이션의 현상과 특색'이란 제목으로 강연회를 했다. 그녀는 시라유리여대에서 아동문학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도에이 애니메이션 연구소 기획프로듀서 과정을 거쳤다. 현재 와코대학 등에서 '애니메이션 문화론'등을 강의하고 있다.

-일본에서 지금까지 애니메이션 학과가 없었다는 사실이 잘 이해되지 않는데.

"다들 필요하다고는 했지만 정작 하겠다는 대학은 없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강하긴 하지만 대학에서 학문적 연구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인식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작현장과 전문학원이면 충분하다고들 생각했다. 이제 때가 됐다고 본다."

-손으로 그린 만화영화와 컴퓨터를 이용한 3D 애니메이션을 비교하면.

"한때 손으로 그린 그림보다 컴퓨터로 그린 것이 무조건 우수하다고 칭송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작품 속에서 컴퓨터로 만든 부분이 눈에 보이면 많은 사람들이 '이 친구는(손으로 그리는 게)귀찮아서 이렇게 했군'이라고 생각한다."

-3D에 부정적인가.

"그런 것은 아니다. '파이널 판타지'의 경우, 실사처럼 정교한 영상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 패인은 '단지 기술을 보여주기 위한 영화'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작품 '마리이야기'중 구슬이 나오는 3D부분은 매우 적절했고 또 아름다웠다."

-일본에서 플래시 애니메이션의 인기도는.

"모니터로 애니메이션을 보는 데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일본에서 플래시는 홈페이지를 예쁘게 만드는 데 주로 이용된다."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의 경향은.

"상업작품에 실험성이 많이 도입되고 있다. 종이 없이 컴퓨터만으로 만든 '이웃집 노노짱'이 지난해 처음으로 TV에서 방영됐고,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자신의 '패트레이버'를 종이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패러디한 '미니 패트'가 큰 인기다."

-대학에선 뭘 가르치고 싶은가.

"우선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풍성한 영상표현능력을 갖고 있는지 알려주겠다. 그리고 그런 풍성한 표현능력을 잘 활용하자면 철학·심리학·역사학 등 다양한 공부를 해야 한다. 애니메이션만 공부해서는 그런 풍성함을 거둘 수 없다. 그래서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내는 데 필요한 다양한 학문적 토대를 갖추도록 도와주고 싶다."

글·사진=정형모 기자

◇'캐나다 애니의 힘'시리즈는 기사 넘쳐 한 주 쉽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