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 좇는 이런 정치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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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철새가 다시 난다. 어제 민주당을 떠난 의원 11명은 '반(反)이회창 쪽 후보 단일화'를 깃발로 거사한 듯 자신들의 행동을 포장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다. 무엇보다 DJ정권 아래서 '단맛'의 최대 수혜자들이 앞장서는 탓이다. 바로 당 조직·재정 권한을 쥐는 사무총장 출신들이 집단 이탈하고 있다. 때문에 정치적 이념과 비전은 뒷전인 채 양지 찾기에 골몰하는 모습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그중 김명섭 의원은 지난 주말에, 김원길·박상규 의원은 어제 당을 떠났다. 유용태 현 총장은 이번 주말 탈당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김명섭 의원과 劉총장은 본래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정당 출신이다. 그 두 사람은 DJ정권이 한창 잘 나가던 1998년 민주당(당시 국민회의)에 입당해 재미를 실컷 본 뒤 정권이 힘 빠진 지금 몰염치하게 짐을 쌌거나, 싸고 있는 것이다. 정치 배신과 변절이 절정에 이르고 있는 장면이다.

이들 후보 단일화 그룹에 속한 전국구의원 3명(최명헌·장태완·박상희)이 자신들을 제명해 달라고 당에 요청한 것은 후안무치(厚顔無恥)의 극치를 이룬다. 전국구 의원은 지역구와 달리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는다. 다만 당에서 '제명'을 해주면 괜찮다. 직능·특정 전문분야 인물로 주로 채우는 전국구는 당의 간판 덕분에 금배지를 단 만큼 '자발적인'철새행각(탈당)을 못하도록 족쇄를 달아놓은 것이다. 결국 이들의 제명 요구는 의원직의 단맛은 보면서 양지를 찾으려는 뻔뻔한 기회주의 처신이다.

12·12 때 신군부에 맞선 '참군인'의 경력을 지닌 張의원의 제명 요구는 옹색하다. 5공 때 두차례 민정당 의원 등의 혜택을 받았던 崔의원이 단일화추진그룹 대표를 맡고 있는 모습은 어색하고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이들 3명은 자신들의 단일화 신념이 그렇게 강하다면 의원직을 내놓고 당당히 당을 떠나야 한다. 지금처럼 제명을 해달라고 내부를 흔드는 것은 기본적인 정치적 신의조차 망각한 치졸한 떼쓰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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