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순매수 '반짝'그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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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국내 증시 등락의 열쇠를 쥐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가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 4천7백9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올 들어 외국인이 월간 기준으로 순매수를 기록한 것은 지난 1월 이후 9개월 만이다. 이에 힘입어 10월 말 현재 종합주가지수는 9월 말에 비해 6.1%, 코스닥지수는 2.9% 올랐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매수세가 11월에도 이어질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달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외국인의 순매수가 삼성전자에만 집중돼 '바이 코리아'로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지난달 외국인이 순매수한 삼성전자 주식은 6천9백73억원어치다. 이는 지난달 전체 외국인 순매수 규모(4천7백99억원)를 넘어서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이 지난달 순매수를 많이 한 기간인 11∼29일의 전체 순매수액 9천1백31억원 가운데 87%인 7천9백47억원이 삼성전자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종목은 팔아치우는 가운데 D램 반도체값 상승으로 앞으로 주식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아래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국민은행을 8백26억원어치 순매도한 것을 비롯해 한국전력공사(8백7억원)·삼성SDI(7백95억원)·하나은행(6백57억원) 등을 팔아치웠다.

교보증권 박석현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의 순매수가 삼성전자에만 집중되고 있는 만큼 아직은 외국인이 국내 시장 전체를 낙관적으로 보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당분간 단기매매 전략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 동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증시가 최근 상승세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언제 하락세로 반전할지 모른다는 점도 외국인 순매수 유지에 부정적인 대목이다. LG투자증권의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반도체 가격 강세가 11월 중순 전후까지 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때까지는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어느 정도 유지되겠지만 반도체 가격 강세가 사라지면 순매도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차진용 기 chaj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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