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분양가 상승곡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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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수도권 아파트의 분양가가 고개를 쳐들고 있다. 최근 매매값은 주춤하고 있지만 새로 나오는 아파트는 이에 아랑곳 없이 분양가 상승바람을 타고 있다. 기존 집값이 올라 새 아파트 청약 열기가 계속되자 업체들이 이익 극대화를 위해 분양가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적정이윤 외에 주변 집값·분양권 값 상승분까지 분양가에 반영하려는 의도다. 업체들은 과도한 분양가 인상에 대해 제동을 거는 서울과는 달리 수도권에서는 분양가 인상에 대한 감시가 허술한 틈을 이용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같은 지역에서 같은 업체가 공급하는 경우에 뚜렷이 구별된다. S개발이 지난달 초 인천에서 선보인 33평형 기준층 분양가는 평당 4백97만원으로 1차(2001년 9월 분양) 평당 3백60만원, 2차(2001년 12월)평당 3백92만원,3차(2002년 3월)평당 3백94만원보다 크게 올랐다.

특히 중도금 전액을 무이자 융자한 3차와 달리 지난달 분양분의 경우 중도금의 일부만 무이자 융자를 했는데도 분양가는 3차보다 평당 1백만원 이상 올랐다. 회사 관계자는 "땅 매입비가 다른 데다 주변 아파트 시세와 분양권 값까지 감안했다"고 주장했다.

G업체가 경기도 파주 금촌에서 분양 중인 아파트 분양가는 평당 4백1만∼4백21만원이다. 8개월 전 이곳에서 분양한 같은 평형보다 평당 60만원 이상 올렸다. 이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공사 원가가 19% 가량 오른 것을 반영했고 주변 아파트·분양권 시세가 평당 5백만원을 넘기 때문에 분양가 현실화 차원에서 이같이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D분양업체 관계자는 "인근 아파트 분양권의 웃돈 수준을 분양가에 포함하는 것은 소비자의 이익을 대신 취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G건설은 최근 남양주시에서 31평형을 1억4천9백90만원(기준층)에 내놨다. 이는 지난 6월 인근 지구에서 선보인 30평형의 분양가(1억2천7백만원)에 웃돈을 얹은 금액이다. 10개 업체가 9천여가구를 내놓을 용인 동백지구의 분양 예정가는 평당 6백50만원선.올 초까지만 해도 평당 5백50만원선으로 예상하더니 슬금슬금 올라 죽전지구와 맞먹는 수준에 이르렀다.

참여업체 관계자는 "당초 계획과 달리 고급 주거단지로 조성되기 때문에 돈이 더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김자혜 사무총장은 "지금처럼 분양가 인상에 대한 제재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는 소비자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용석 기자

caf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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