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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람] "젊은 당구인들에 내 모든 기술 전수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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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당구를 건전한 레포츠로 보급하고,뛰어난 후진을 양성하는 것이 내게 남겨진 마지막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구 명인' 양귀문(69.한국 당구아카데미 연수원장)씨가 최근 인터넷 동영상 당구강좌 사이트(www.kbac.co.kr)를 개설했다. 골프 등 인기 종목의 인터넷 교습 사이트는 흔하지만 당구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당구 배우려고 돌아다니겠어요? 모두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지…. 그렇다면 내가 그들을 찾아가겠다는 생각으로 인터넷 당구강좌를 구상했어요."

양씨는 "내가 알고 있는 당구의 모든 것을 전수하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강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양씨는 한국 당구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평가받는다.국내 최초로 2000점을 놓고 당구를 쳤으며, 한 큐 최다득점 1만점 기록은 과거 기네스북에도 올랐었다. 흰 공 하나로 빨간 공 두개를 맞히는 4구 게임에서 2000점을 따려면 빨간 공 두개를 200회 연속해서 맞혀야 한다. 빨간 공을 몰면서 당구대를 몇바퀴 돌아야 가능한 점수다.

대학 1학년 때 당구에 입문한 이래 50년을 이어온 그의 당구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아버지다. 일제시대 때 당구를 배웠던 아버지는 집 거실에 당구대까지 놓아주며 그를 후원했다.

꾸준히 실력을 쌓아가던 양씨는 1972년 한.일전에 출전하면서 국내외 당구계에 이름을 알렸다. 5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30여회의 국제대회에 참가했다. 84년엔 대한당구경기연맹 초대 회장도 맡았다. 현역에서 물러난 후에도 98년 방콕.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팀 총감독으로 참가하는 등 정열적으로 활동했다.

전국을 1800여회 순회하며 예술구 시범 세미나를 열었고, Q채널의 '머리가 좋아지는 양귀문의 당구교실' 에 출연하는 등 TV.신문을 통한 당구 보급에도 열성을 보였다.

양씨는 칠순을 눈앞에 둔 요즘도 큐를 놓지 않고 있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한국 당구아카데미에서 선수육성반을 운영하고 있고, 이달부터는 2개월에 한번씩 무료 당구강좌를 열어 신인을 발굴할 예정이기도 하다.

"기술 이전에 매너부터 배워야 하는 당구는 인격 도야에도 도움이 되는 스포츠"라고 강조하는 양씨는 "당구에 빠져 지냈던 지난 50년은 멋진 나날들이었다" 며 환하게 웃었다.

글 =하지윤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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