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株 거품 걷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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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기술(IT)주의 거품(버블)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런 분석은 IT 경기의 회복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한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삼성·LG투자증권 등은 최근 기술주의 거품 해소에 따른 저가 매수세 덕분에 미국·아시아 증시 등에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지수가 2.5% 오른 데 비해 대표적인 기술주 지수인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는 5%, 아멕스 컴퓨터 하드웨어 지수는 4.3% 올랐다.

또 28일 국내 증시에서는 DDR(더블 데이터 레이트) 가격 상승 덕분에 삼성전자가 6% 넘게 올랐고,신성이엔지·하이닉스·아남반도체·주성엔지니어링 등은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대만 증시도 기술주 덕분에 6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성증권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시스코시스템스·인텔 등 미국의 주요 IT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990년대 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주요 IT 업체들의 실적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 수준에서는 매수할 만 하다"고 지적했다. 이 증권사 손범규 애널리스트는 "미국 주요 IT 기업들의 최근 PER는 전통 제조주인 3M·GE(제너럴 일렉트릭)의 PER와 별 차이가 없다"며 "이로 인해 IT주가 실적에 비해 주가는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프 참조>

PER는 주가를 주당 순이익(EPS)으로 나눈 수치로 낮을수록 주가가 실적에 비해 저평가된 것을 의미한다. 삼성증권은 또 IT 업체들의 내년도 이익 성장률은 전통 제조주를 압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반도체 가격이 오르고 있고 미국의 컴퓨터 주문이 늘어나는 등 곳곳에서 IT 경기 회복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25일 발표된 미국의 9월 내구재 주문은 5% 감소했다. 이처럼 내구재 주문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는데도 컴퓨터(PC) 주문은 오히려 큰 폭으로 늘었다. 9월 PC 주문은 8월에 비해 9.3% 증가했다.

또 DDR 가격은 지난달 말의 개당 6.5달러(2백56메가 기준)에서 28일 현재 8.3달러로 올랐다.

LG투자증권은 2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기술주들이 아직 다른 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덕분에 미국 증시는 당분간 반등세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 증권사 김정환 애널리스트는 "향후 12개월 추정 순이익을 기준으로 할 때 미국 IT주의 평균 PER는 IT 거품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1998년 10월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IT 경기 낙관론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UBS워버그증권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일러도 2003년 하반기까지는 회복되기 힘들 것"이라며 반도체 관련주에 대한 투자등급을 일제히 하향조정했다.

대우증권 정창원 애널리스트는 "신학기 등 계절적인 수요로 인해 반도체·PC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 같다"며 "IT경기가 바닥을 찍고 일어선 것은 분명하지만 그 회복속도는 완만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희성 기자

bud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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