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정봉 기자, 박혜린 대학생 인턴기자
외부인이 침입할 틈이 없다
전면이 통유리로 돼 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행정실.
교장실도 마찬가지다. 국내 학교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크기의 교장실은 중·고등학교 등굣길이 훤히 보이도록 벽 2개가 모두 유리로 돼 있다. 김경인 전 ‘행복한 학교 만들기’ 이사장은 “교장실은 권위적 공간이 아니라 학생을 살피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가 담긴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층마다 CCTV가 설치돼 있었고, 노출콘크리트 구조인데도 모서리는 둥글게 마감돼 있었다. 세부적인 부분까지 고민한 흔적이 엿보였다.
옆반·운동장·복도로 통하는 문 3개 ‘열린 교실’
화장실과 사물함이 딸린 초등학교 교실. 사물함 뒤편에는 개수대가 있다.
옆반 교실로 드나드는 문도 있다. 필요에 따라 반을 옮겨가며 수업을 받고 또래끼리 어울리기 쉽도록 했다.
대운동장 외에도 초등학교동에는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작은 놀이터 같은 운동장이 4개 있다. 지상에서 움푹 들어가도록 만들었다. 중·고등학교생의 간섭 없이 또래끼리 놀도록 설계했다. 또 이 운동장은 현관을 통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 교실과 바로 접해 있어 문만 열면 나가 놀 수 있다. 복도쪽, 창쪽, 벽쪽 등 3곳에 문이 나 있는 것이다.
중고등학교 교실 사이에 있는 프로젝트룸에서 들여다본 한쪽 교실. 프로젝트룸에서는 두 교실의 학생들이 모여 토론·협동 수업을 한다.
화상 수업·토론 가능한 장비 갖춰
교실마다 스마트보드 기술이 적용된 프로젝터가 설치돼 있었다. 보통 프로젝터처럼 빔을 쏘아 화면에 비치게 하지만 거기에 글씨를 쓸 수도 있고, 이를 학생들의 컴퓨터로 전송할 수 있는 첨단 장비다.
텔레프레젠스 시설을 이용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학생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놀고 쉬고 떠드는 도서관 … 누워서 책 볼 수도
알록달록한 색깔과 구불구불한 서재로 꾸며진 초등학교 도서관. 아이들이 편한 자세로 책을 볼 수 있도록 자유로운 형태로 꾸며졌다.
천장이 배 아랫부분 모양으로 만들어진 중·고등학교 도서관. 모빌이 매달려 화사한 분위기를 낸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모여 토론·발표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블랙박스 시어터’. 조명·음향 시설을 통해 발표자에 대한 객석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
어학실도 특이하다. 보통 칸막이와 헤드폰·카세트 레코더 등이 설치돼 있지만, 이곳은 불판과 개수대가 설치돼 있다. 함께 요리를 하면서 언어를 배우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돼서다. 이 홍보이사는 “녹음된 카세트 테이프를 따라하면서 언어를 익히는 것보다 실생활에서 익히는 것이 습득이 빠르고 유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독특한 디자인 책상·소파, 다 이유 있었네
학생의 생활을 배려하는 디자인은 가구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초등학교에서 쓰는 책상은 앞부분이 좁은 사다리꼴이다. 또 바퀴가 달렸다. 필요에 따라 협동수업이 필요하면 책상 앞부분을 다닥다닥 붙여 육각형으로 만들 수 있다. 의자도 바퀴는 없지만 가볍고 이동하기 쉬운 형태다.
초등학교 도서관에 놓인 소파. 앉거나 엎드려 책을 볼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도서관 열람용 책상은 일자로 놓여 마주보고 앉는 식이 아니라 반원형으로 벽을 보고 앉을 수 있는 구조였다. 무엇을 보고 있는지 들키고 싶어하지 않는 사춘기들을 배려한 디자인이라는 설명이다.
토론 공간, 자유로운 도서관
일반 학교서도 배울 만하네요
모든 학교들이 채드윅 인터내셔널처럼 수영장ㆍ실내체육관ㆍ대강당을 갖출 수는 없다. 하지만 몇몇 아이디어는 크지 않은 비용으로도 일반 학교에 적용이 가능하다. 함께 이곳을 둘러본 두 전문가가 현재 국내 학교에 어렵지 않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중·고등학교에 토론ㆍ발표를 위한 공간을 설치하자.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학교에 들어가서야 토론ㆍ발표 수업을 한다. 훈련을 받은 적이 없으니 잘 될 리 없다. 우리나라는 교장실 면적이 넓은 편이다. 학교에 공간이 없다면 교장실을 지금은 절반 이하 크기로 줄이고 소규모 토론 공간을 만들어도 될 것이다.
●초등학교 도서관은 책만 읽는 곳이 아니라 쉬고 놀 수 있는 장소로 디자인하자. 눕거나 엎드려서 혹은 함께 모여서 키득대며 책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책이 엄숙하고 힘든 것이 아니라 편하고 친구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야 흥미를 느낀다.
●복도 자투리 공간에 탁자를 놓자. 아이들이 교실 밖만 나오면 앉을 곳이 없다. 운동장 주위에 있는 설치된 벤치가 전부다. 방에 의자가 있고, 거실에도 소파가 있는 것처럼 교실뿐만 아니라 그밖의 공간에서 쉬고 떠들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학부모가 학교를 찾아도 앉아서 기다릴 곳도 없고, 선생님과 마음 놓고 이야기나눌 곳이 없다. 학교를 보면 계단 주위에 탁자와 의자를 놓을 수 있는, 의외로 남는 공간이 있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