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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만경대서 새로운 형태 고인돌 발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북한 평양의 만경대 구역에서 지금까지 남·북한 학계에 보고된 적이 없는 새로운 형태의 고인돌이 발굴됐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달 고인돌 취재를 위해 북한에 다녀온 KBS의 다큐멘터리 '역사 스페셜' 제작팀을 동행했던 송호정 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하문식 세종대 고고학과 교수 등에 의해 알려졌다.

송교수가 본사에 제공한 고인돌 사진과 설명에 따르면 만경대 1·2호로 이름 붙여진 2기의 고인돌은 얇은 석판(石板)으로 관을 짠 전형적인 돌널무덤(石棺墓) 위에 두께 70∼80㎝, 길이 2m 크기의 덮개돌(上石)이 얹혀진 형태다. 특이한 점은 석관을 지탱하고, 덮개돌의 하중을 견디도록 석관 좌우에 촘촘히 돌을 쌓아 올렸다는 점이다.

하교수는 "춘천 중도에서 발견된 고인돌 등 하천 인근이나 모래사장에서 발견된 고인돌의 경우 석관 지탱을 위해 주변에 적석(積石)하는 경우가 있지만 만경대 1·2호처럼 구릉 지역의 고인돌에서 '돌널무덤+적석'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석관 밑부분에서 덮개돌 아랫면까지 빈틈없이 돌을 쌓아올린 점도 이채롭다.

무엇보다 특이한 사실은 석관이 '입이 벌어질 만큼' 정교한 솜씨로 제작됐다는 점이다. 송교수는 "본래 황해도 점판암이 얇게 갈라지는 특성이 있긴 하지만 석관 벽들을 2∼3㎝ 두께로 절묘하게 가공한 솜씨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고 전했다. 워낙 석관이 정교하다 보니 고인돌의 한 부분이 아니라 독립된 무덤처럼 보일 정도였다는 것이다.

하교수는 "돌을 마치 나무를 다루듯 정교하게 가공했다. 석관 벽들이 만나는 부분은 목조 건축물을 제작할 때처럼 벽면에 홈을 파서 끼워 넣는 식으로 고정시켰다"고 말했다. 하교수는 또 "남한 학자들을 안내한 북한 사회과학원 고고학연구소의 석광준 연구사 등 북한 학자들도 '처음 보는 형태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연구 좀 해봐야겠다'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하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북한 고인돌의 초기 형태인 평안남도 상원군 침촌리의 경우 만경대 1·2호와 형식은 같지만 커다란 돌무지 묘역에 여러개의 석관을 배치한 집체 무덤이라는 것.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만경대 고인돌은 개별적으로 독립된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따라서 이는 집체 무덤에서 개별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증거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고인돌이 만들어진 시기에 대해 송교수와 하교수는 "고인돌 안에서 돌칼과 화살촉·인골 등이 나왔지만 시기를 단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송교수는 "청동기 시대 후기인 기원전 5∼4세기 평양은 고인돌 문화의 중심지였다. 지금의 지린성·랴오닝성 등 만주지역의 전형적인 무덤 형태인 돌널무덤 양식이 수입돼 만경대 고인돌로 발전했다는 가정 하에 시기를 청동기 후기로 잡아볼 수 있다"며 조심스럽게 연대를 추정했다.

송교수와 하교수는 다음달 열리는 한국 고대사학회에서 만경대 고인돌에 대해 소개할 계획이다. 만경대 고인돌을 포함한 북한 고인돌 유적을 다룬 KBS 역사 스페셜 '세계의 문화유산, 한반도 고인돌' 편은 다음달 9일 방영된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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