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탄도 펀치샷 탄성 경기 완급조절도 완숙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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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브릿지클래식 최종 3라운드가 벌어진 27일 제주도 중문의 낮 최고기온은 13.2도였다. 그러나 순간 최고 풍속이 초속 15.4m에 이르는 강풍이 불고 비까지 오락가락해 체감온도는 영하에 가까웠다.

연습 라운드를 했던 지난 23일과 마찬가지로 선수들은 털모자에 방한복을 껴입었지만 얼굴은 추위에 얼어붙었고, 몸이 흔들릴 정도의 강풍 때문에 정상적인 샷은 물론 퍼트도 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맞바람이 세차게 분 3번홀(파5·4백64m)의 경우 티잉그라운드를 약 50야드 앞쪽으로 옮기는 조치에도 불구하고 3라운드에서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한명도 없었다.

그러나 유독 한 선수, 박세리만은 악천후를 극복하는 신기(神技)의 샷으로 80명의 출전선수 중 유일하게 이븐파를 기록해 골프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박세리는 승부의 고비처에서 낮게 깔아치는 펀치샷으로 강풍을 이겨냈다. 12번홀(파5) 그린 앞 약 40m 지점에서 친 샷이 대표적. 박세리는 이 홀에서 펀치샷으로 공을 낮게 깔아 컵 1.5m 거리에 세운 뒤 버디로 연결시켰다. 15번홀(파4)에서 나온 버디도 절묘한 펀치샷 덕분이었다.

완숙해진 기량과 함께 샷마다 최선을 다하는 집중력과 완급 조절도 돋보였다. 퍼트하기에 앞서 깃대가 흔들릴 정도로 강풍이 불 때면 어드레스를 풀고 바람이 잦기를 기다렸고, 무턱대고 드라이버로 티샷을 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3번, 5번 우드를 번갈아 사용했다.

골프의 기량 차이는 까다로운 코스와 악천후일 때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는 사실이 이번 대회에서 다시 한번 입증됐다.

북제주=성백유 기자

carolina@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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