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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문직 뜬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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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부동산업계에 신종 전문가 집단이 뜨고 있다. 부동산경기가 활황을 띠고 상품이 세분화하면서 전문성을 갖춘 새로운 고급인력이 많이 배출되고 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외국계 부동산회사들이 국내에 많이 진출하면서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가치평가 기법을 배운 전문가들이 국내 부동산시장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관계기사 e22면>

최근 부동산업계에서는 미국 상업용부동산투자분석사(CCIM)자격증 취득 열기가 한창이다. CCIM은 미국의 중개사협회(NAR)가 회원들의 부동산 실무 능력을 인증하기 위해 부여하는 자격증이다.

현재 국내에 CCIM 자격증을 취득한 정회원은 22명뿐이며 핵심과정 4과목을 국내에서 이수한 뒤 준회원 자격을 얻어 관련 업계에서 활동하는 사람도 많다.

CCIM은 시험조건이 까다롭고 어려운 편이지만 반대로 희소성이 있어 자격증 취득자들의 몸값이 올라가는 추세다.

주로 부동산투자회사나 부동산컨설팅회사·자산관리회사 등에서 상종가를 올리고 있다. CCIM 자격증을 취득한 코람코 김대형 이사(40)는 "외국계 회사들과 처음 일할 때는 부동산 가치평가·파이낸싱 등의 기법을 공유할 수 없어 고충이 많았는데 이 자격증을 딴 뒤 업무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일화재 등 일부 금융회사에서는 CCIM 자격증 소지자에게 월 30만원 정도의 수당을 지급한다.

부동산 MBA 과정으로 불리는 MRED(Master of Real Estate Development)는 부동산이론과 금융·자산관리 등을 결합한 개발 전문가과정이다.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최근 수요가 늘면서 미국 유학길에 오르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MRED 취득자는 50여명. 외국계 부동산투자회사나 투자자문회사·자산관리회사에서 빌딩 관리·운영·수익성 분석 등의 업무를 주로 하고 있다.

1998년 말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에서 학위를 받고 현재 서울파이낸스센터 빌딩 운영을 맡고 있는 코리아에셋어드바이저스(KAA) 양미아 차장(34)은 "빌딩을 단순 임대관리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연간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고 수익 창출에 필요한 계획을 세워 건물 가치를 높이는 일에 적합하다"며 "전문관리회사를 두는 빌딩주들이 많아져 점차 전문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MRED 소지자의 경우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부동산자산운용전문가(Asset Manager)는 리츠 시장 확대에 따라 각광받고 있다. 지난 7월 1일부터 리츠 회사를 설립할 때 건교부가 지정한 교육기관에서 자산운용전문인력 사전교육을 받은 사람을 3인 이상(CR리츠 회사의 자산관리회사는 5인)을 의무적으로 채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리츠나 자산관리회사(AMC)에는 제도도입 단계부터 참여해온 건설회사나 컨설팅회사 임직원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앞으로 전문 에셋 매니저의 활동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메리츠증권 오용헌 팀장은 "일반 리츠 회사나 AMC회사에 취직하기 위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으며 외국계 투자은행이나 부동산컨설팅회사 등에서도 자산운용전문가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처럼 학력이나 경력에 구애받지 않는 대중적인 인기 직종도 있다. 외환위기 이후 분양경기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등장한 분양상담사는 그 선두에 있다.

현재 서울시내 분양대행사는 1백50여개사이며 이들 회사에서 일을 하는 분양상담사는 1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2000년 이후 주상복합아파트·오피스텔·상가 분양이 많아지면서 이들의 일거리도 크게 늘었고 치열한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 전문성을 필요로 하고 있다. 최근엔 분양 대상지의 수요자 분석과 마케팅으로까지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분양상담사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텔레마케터·주부모니터 등도 분양률을 높이는데 기여하며 전문가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전문가 양산 추세가 반드시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부동산 시장이 계속해서 활기를 띤다면 몰라도 자칫 시장이 침체할 경우 인력 과다의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시간과 노력·자금 등 투입비용과 앞으로 시장 규모를 비교한 뒤 진로를 결정하는 게 좋다. 코리아에셋어드바이저스(KAA) 전경돈 팀장은 "국내 부동산 시장이 안정 추세로 접어들면서 외국계 부동산회사들이 규모를 축소하거나 철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자격증이나 학위를 따기 위해 2∼3년씩 장기 투자를 한다면 막상 시장에 투입될 시점에는 일자리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seom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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