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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세상에 기적같은 효능의 성분은 없다’ 과학의 이름으로 엉터리 주장 꼬집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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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덕환의 사이언스 토크토크
이덕환 지음
프로네시스
320쪽, 1만5000원

“수돗물이 깨끗하고 안전하다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음용수로 마시는 사람은 1.4%에 불과하다. 하지만 유독물질을 걸러내고 염소를 이용해 미생물을 제거한 수돗물은 지구상에서 그리 많지 않은 깨끗한 물에 속한다. 지구상에서 아직 소수만 그 혜택을 받는다. 대부분의 수돗물 오염은 정수장이 아니라 가정의 물탱크에서 생긴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수돗물에 대한 지은이의 과학적 설명이다. 서강대에서 화학과 과학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는 지은이는 오해와 편견에서 비롯한 ‘엉터리 과학’을 찾아내 이를 과학적으로, 그리고 건전한 상식으로 설명한다.

예로 ‘건강에 좋다’는 미네랄이 있다. 지은이는 인간은 필요한 미네랄을 일반적인 식사로 충분하게 섭취할 수 있으며 미네랄 과다증은 결핍증만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마시는 물의 미네랄은 너무 미량이라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깊은 바다에서 퍼올린 물에 있는 미네랄이라도 신비한 효능은 없으며, 미네랄은 미네랄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사카린은 합법 감미제다. 다만 마구 먹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설탕 자체는 나쁜 식품이 아니다. 다만, 이를 너무 많이 먹는 문제일 뿐이다’ 등 건강 과다염려증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사회를 질타하기도 한다.

지은이는 과학의 탈을 쓴 황당한 주장들이 입소문이나 인터넷, 광고, 심지어 교양서를 표방한 책에 의해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한다. 과학자 칼 세이건이 ‘사회를 어둡게 하는 악령’이라고 비난한 바로 그 ‘엉터리 과학’이다. 천연산·자연산에 대한 맹신도 문제다. 복어독·버섯독도 천연산이지 않느냐는 게 그의 반문이다.

또 하나. 효력이 엄청나다고 호들갑 떠는 것일수록 근거가 의심스럽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노벨상 수상자 스티븐 와인버그는 ‘우주에는 공짜 점심이 없다’고 했다던가. 기적 같은 효능이 나는 성분은 자연계에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과학이고 건전한 상식이다. 과학과 상식으로 무장된 사회 앞에 엉터리 과학은 맥을 추지 못한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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