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④ 보육, 여성 만의 몫이 아니다>퇴근후 꼭 놀아주고 스킨십 늘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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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崔모(36·서울 목동)씨는 일요일 밤이면 네살·두살난 딸을 각각 경기도 김포의 친정과 서울 광진구 시댁에 맡긴다. 다음주 금요일 밤에 아이들을 찾아올 때까지 일주일간 '이산 가족'이 된다.

崔씨는 "할아버지·할머니 손에서 크다 보니 아이들이 지나치게 고집이 세졌지만 미안한 마음에 야단도 잘 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취업주부에게 우선 '나쁜 엄마 콤플렉스'를 벗어던질 것을 요구한다. 죄책감을 갖는 것은 엄마·아이 모두에게 해롭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이기숙(유아교육학)교수는 "엄마의 죄책감은 모든 것을 물질적으로 보상해 주려는 방식이나 과잉 보호, 아이의 잘못에 대한 지나친 관용 등으로 이어지기 쉽다"며 "이야말로 나쁜 엄마가 되는 지름길"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아이와의 상호작용은 엄마 아빠 모두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일하는 엄마,행복한 아이』라는 책을 펴낸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박순영씨는 '일과 가정 사이에 확실한 선을 긋고 균형을 유지할 것'을 주문한다. 냉정해 보이더라도 이런 구분 없이는 양쪽 모두 실패한다는 것이다.

朴씨는 "취업주부의 경우 아이가 크는 동안 집안이 좀 지저분해지더라도 가사노동을 줄이고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육아를 친정 어머니 등에게만 맡겨 놓았다가 아이가 커서도 엄마와 서먹해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례가 많다"며 "퇴근하면 짧은 시간이라도 아이와 즐겁게 놀아주고 신체적인 접촉을 늘릴 것"을 권했다.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부모교육 강사 정명애씨는 "자신을 전업주부와 비교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자신과 아이의 관계에 대해 좀 더 멀리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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