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참관 예의 지켰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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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얼마 전 볼 일이 있어 서울지방법원 법정을 찾은 적이 있다. 법정에 들어온 사람들은 1백명이 좀 넘었다. 법정이 낯설어서 그런지 사람들은 처음에는 무척 조용했다.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자 이곳 저곳에서 웅성대기 시작했다.

판사가 입장하고 직원이 기립을 알렸는데도 법정 뒤쪽에 앉은 사람들은 일어서는 흉내만 냈다.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 앉아 발을 꼬고 있는 사람, 껌을 씹고 있는 사람,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사람, 일행과 떠드는 사람, 울어대는 아이들 등 정말 천태만상이었다. '이곳이 법정 맞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수선했다. 사법부가 정의 구현과 법 수호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국민의 생각과 존경심에서 법정의 권위가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법부가 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해 권위를 존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날 내가 본 법정의 모습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적어도 법정에서만은 최소한의 예의와 민주시민으로서의 모습을 우리 스스로가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한다.

이영일·흥사단 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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