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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30년 봉사 '봉고차 총장' 회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봉고차 모는 벽안(碧眼)총장'으로 유명한 충남 천안의 나사렛대 백위열(白偉烈·60·미국명 윌리엄 H 패치·(左))총장. 그가 지난 19일 낮 천안 컨벤션 센터에서 제자와 교직원 등 4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복을 입고 부인과 함께 회갑연을 열었다. 이날 잔치는 제자들이 마련했다.

1942년 미 펜실베이니아주 존스타운에서 태어난 白총장은 73년 나사렛 성결회 선교활동을 위해 동갑내기 부인 백경희(미국명 개일 S 패치·나사렛대 영어과 교수·(右))씨, 두 딸(당시 2,7세)과 함께 한국에 왔다.

白총장은 "당시 새마을 운동이 미국에 알려지면서 '희망이 있으며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나라'로 비친 한국을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재소자와 고아·무의탁 노인 등을 돌보며 나사렛대의 전신인 나사렛 신학교에서 교수로 봉직했다. 82년에 신학교 교장을 맡은 데 이어 97년 종합대로 승격한 나사렛대 2대 총장에 임명됐고 지난해 연임됐다.

"유학을 보낸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이 귀국해 모교 교수가 되거나 목회자의 길을 걷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의 검소한 삶은 교수 시절부터 화제를 낳았다. 총장에 취임하면서도 학교가 제공하는 공관과 전용 승용차, 월급 전액을 반납했다. 이후 그는 낡은 봉고차를 몰고 부인과 함께 출퇴근해 왔다.

그는 6년째 총장직에 있으면서 자신의 월급(연봉 4천여만원)은 물론 부인의 월급을 모두 학교발전기금으로 내놓고 있다.

교단에서 받는 선교활동비 1백50만원으로 생활한다.

그는 "북한 동포들이 30년 전의 한국보다 더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는 것 같다"며 "총장을 그만둔 뒤 북한에 가 장애아 재활센터를 설립하고 싶다"고 말했다. 결혼한 두 딸은 미국에서 한국 어린이를 한 명씩 입양해 키우고 있다.

천안=조한필 기자

chop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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