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모시는 사람들이 나를 흔든다" 盧후보, 청와대 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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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민주당 노무현(盧武鉉)대통령후보가 20일 "가까이 대통령을 모시고 힘깨나 쓰는 사람들이 역할을 나눠 나를 흔들어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청와대 주변과 동교동계 인사, 정균환(鄭均桓)총무가 회장으로 DJ 직계가 포진한 '중도개혁포럼'을 겨냥해 정면공세를 취한 것이다.'개혁적 국민정당 창당준비위원회' 발기인 대회에서다.

盧후보의 염동연(廉東淵)정무특보도 한 주간지 인터뷰에서 "최근 정몽준 의원 캠프에 합류한 민주당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이상한 예감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민주당 신기남(辛基南)최고위원은 지난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민석 전 의원 탈당에 배후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었다.

파문이 커지자 盧후보는 "청와대의 정몽준 지원설을 비판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으나 DJ 주변을 공격한 배경에는 이런 의구심이 짙게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盧후보 주변 인사들은 청와대의 鄭후보 지원 의혹을 제기하고 있고, 일부는 盧후보에게 발언 수위를 높일 것을 요구해 왔다.

盧후보는 이날 "앞으로 나와 선거대책위 요직을 맡은 분들이 민주당을 주도할 것"이라고 당 장악 의지를 내비치면서 "(나를 흔들자) 민주당을 떠나라고 충고한 분들도 있어 그렇게 할까도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때 탈당까지 각오했다는 얘기다.

盧후보가 탈당 후 연대 대상으로 생각했던 '개혁적 국민정당'은 이날 盧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당초 盧후보 선대위 간부들은 "탈당파에 빌미를 줄 수 있고, 보수층을 향한 득표 전략에 이롭지 않다"며 국민정당 발기인 대회 참석에 반대했으나 盧후보는 직접 참석을 결정했다. 당내에선 盧후보가 개혁 정당 참석을 강행하고, 작심한 듯 청와대 주변 인사들을 비판한 것이 중대 결심의 여지를 남겨 놓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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