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무한팽창 시대 따끔한 죽비소리 『작은 것이 아름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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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레닌은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두고 "자본주의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말했다. 레닌은 결국 자본론을 옆구리에 끼고 러시아 혁명을 지휘해 세계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를 세웠다. 그로부터 70여년이 지난 지금, 레닌도 가고 공산주의도 갔다. 러시아에는 다시 자본주의의 물결이 굽이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자본주의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을 무기는 없는 것일까? 있다. 프리츠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E F 슈마허 지음, 범우사)가 그것이다.

그는 자본주의건 사회주의건 무한정 뻗어나가려는 생산력주의를 반대하고 공동체가 유지될 정도의 작은 규모의 경제만이 영속적이며 또한 인간적이라고 외친다. 어쩌면 자본주의를 폐절하자는 주장보다 규모를 적정 수준에서 멈추자는 주장이 더 강력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마치 배고파 우는 아이에게 아예 밥을 주지 않는 것보다 몇 숟갈 떠먹이다 그만두는 것이 더 가혹한 것과 같다. 이렇게만 얘기하면 슈마허의 주장이 자본주의의 틀 안에서 욕심내지 말고 고만고만하게 살자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단언컨대 그의 시선은 자본주의를 넘어서 있다.

그가 미얀마를 다녀와서 쓴 『불교경제학』에 보면 자본주의는 소비를 극대화함으로써 만족을 구하려 하지만 불교에서는 적정한 소비를 통해 만족을 극대화하려고 한다는 글귀가 나온다. 인간의 욕망이란 부풀리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것이라서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과 소비를 무한정 확대시키다 보면 필연적으로 자원고갈과 함께 생태계의 파괴로 귀결하고야 만다. 이렇게 볼 때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이미 현실로 다가온 생태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경제학 입문서라 볼 수 있다.

생태주의 시대의 경제 모습이 어떤 것인지 궁금한 독자들은 슈마허의 책과 함께 간디의 무소유 정신을 경제적으로 해설한 『무소유의 경제학』 (아지트 다스굽타 지음, 솔출판사)과 지역 자립의 경제를 묘사한 『공생의 사회 생명의 경제』(나카무라 히사시 지음, 도서출판 한살림)를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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