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株主 중시 경영'은 말뿐 배당 갈수록 쥐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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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많은 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주주 중시 경영'을 내세웠지만 배당에는 여전히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익이 늘어나도 주주들에게 많이 돌려주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인색한 배당=기업들이 매년 벌어들이는 이익으로 얼마나 배당을 하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가 배당성향이다. 당기 순이익 중에서 현금 배당이 차지하는 규모를 나타내기 때문에 이 수치가 낮으면 주주들에게 돌아간 이익이 그만큼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증권연구원이 국내 상장사들의 배당성향을 분석한 결과 1970년대에 41.3%였으나 80년대에는 28.7%, 90년대에는 20.4%로 줄었다. 반면 미국은 70년대에 39.9%에서 90년대에는 53.3%로 증가했다. 일본도 같은 기간에 42.8%에서 60%로 늘었다. 국내 기업들이 늘어난 이익을 배당을 통해 주주들에게 돌려주지 않은 셈이다.

90∼99년 국내 상장사들의 연평균 배당 수익률도 1.7%로 국채수익률 12.8%, 예금이자율 9.5%보다 훨씬 적었다. 이같은 배당수익률은 국채수익률의 13% 수준으로 미국(40%)·일본(22%)보다 적은 것이다.

<그래픽 참조>

지난해 상장사의 배당수익률은 2.2%였다. 배당 활성화를 위해 97년 도입된 중간 배당제도도 활성화되지 못했다. 지난해 중간배당을 한 상장사는 10개사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많은 상장사들이 시가배당제도에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다. 상장회사협의회가 이달 초 1백8개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배당제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6%(39개사)가 시가배당제에 반대했다.

시가배당제에 반대한 기업들 중 86.5%는 많은 배당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응답기업의 55.2%(58개사)는 분기배당제가 도입돼도 기존대로 1년에 한번만 배당을 하겠다고 밝혔다.

◇어떻게 고쳐야 하나=기업들이 주주들에게 주는 배당금이 작다는 게 꼭 나무랄 일만은 아니다. 자사주 매입도 주주가치를 끌어올리는 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 벌어들인 이익으로 장기투자를 하면 나중에 주주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배당성향이 줄어드는 추세는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증권연구원 한상범 연구원은 "배당성향이 줄었다는 것은 회사 경영에서 투자자 이익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며 "또 배당금이 절대적으로 작다 보니 투자자들이 시세 차익을 노리고 단기투자에 매달린다"고 지적했다.

공시를 할 때 시가배당률만을 공표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한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들로선 주주를 우대하는 기업을 쉽게 선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외국어대 김문현 교수는 "시가배당제가 활성화되면 배당 수준의 적정성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은 "기업 대주주나 경영자들이 배당 등을 통해 주주에게 이익을 나눠주는 방향으로 인식을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재식 기자

angelh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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