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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7전8기 우승 恨 풀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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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면

조용한 사직구장.

3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사직구장에 간간이 눈에 띄는 4백72명의 관중 때문만은 아니었다. 17일 롯데전 승리로 정규시즌 1위를 확정짓고도 헹가래 한번 없이 평소 경기처럼 그라운드를 떠나는 삼성의 뒷모습 때문이었다. 경기 후 마운드에 모여 단체사진을 찍는 것이 전부였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삼성으로서는 지난 6개월여의 고된 레이스를 선두로 끝낸 공로를 화려하게 즐길 만도 했지만 오히려 승부의 마지막 순간까지 결연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 김응룡 감독은 1회초 톱타자 강동우가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하자 박한이에게 보내기 번트를 지시했고, 4-2로 앞선 5회초 1사 1,3루에서는 박정환에게 스퀴즈 번트를 시켜 3루주자를 불러들이는 끈질긴 승부욕을 드러냈다. 5-2로 벌어진 6회초에는 에이스 임창용을 등판시켰다. 비록 16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총력전 끝에 심재학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으나 김감독의 의중은 1위를 빨리 확정짓고 한국시리즈를 대비하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불펜진을 강화시켜 에이스를 과감히 중반에 투입했고, 찬스에서는 철저한 득점작전으로 나갔다. 단기전 분위기를 선수들에게 주입시키려는 사전포석이었다.

역대 한국시리즈 성적 7전7패. 마지막 우승을 향한 한(恨)이 맺힌 삼성은 여덟번째 도전에 나서는 순간에 더욱 비장했다. 그들에게 정규시즌 1위는 그 '한'을 풀기 위한 기회를 잡은 것뿐이었다.

사직=김종문 기자

jm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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