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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MBC와 NHK의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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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10층에선 임원회의가 열렸다. 이긍희 사장을 포함, 열 명의 본부장.국장급 임원이 참석했다. 분위기는 참담했다고 한다. MBC '신강균 뉴스서비스 사실은'의 진행자 신강균 차장과 이상호 기자, 강성주 보도국장의 '명품 핸드백 파문' 대책회의였기 때문이다.

'신강균…'은 타 언론사의 도덕성을 문제 삼으면서 '언론 개혁'을 부르짖던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핸드백 파문은 프로그램은 물론 MBC 전체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주었다. 임원회의에선 "사장의 대국민 사과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사장의 사과 관련 소식을 접한 노조 측은 11일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장 비서실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사과는 검토조차 한 적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을 뿐이었다. 노조는 소극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구자중 노조 사무처장은 "노조에서 먼저 요구하긴 애매한 문제"라고 말했다. 회사 측의 말은 또 달랐다. 김영철 홍보국장은 "밑에서 그런 요구가 올라온다면 검토할 수 있지만 회사가 먼저 나서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MBC 구성원들의 목소리도 서로 톤이 다르다. 1990년대에 입사한 젊은 기자 34명은 10일 성명에서 "기회주의적 보신술을 구사해 온 경영진이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반면 MBC 기자회가 7일 낸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는 제목의 성명은 철저한 자기반성과 윤리의식 재무장을 다짐했다.

일본 NHK의 경우 전직 PD의 제작비 유용 파문이 시청료 납부 거부운동으로 번지자 에비사와 가쓰지(海老澤勝二)회장이 사과를 거듭한 끝에 지난 6일 사의를 표명했다. NHK처럼 MBC도 공영방송이다. 그러나 MBC는 사과 여부부터 사태의 원인.해법에 이르기까지 목소리가 제각각이다. 이런 가운데 시청자들의 불신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백성호 문화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