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ST서 인수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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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유럽 최대의 반도체업체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미국 모토로라의 반도체 사업부문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6일 두 회사가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ST가 모토로라의 반도체 사업부문을 흡수합병하면 현재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인텔에 이어 세계 2위인 일본의 도시바를 제치게 된다고 보도했다.

ST는 1987년 이탈리아의 SGS그룹과 프랑스의 톰슨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합병해 만들어진 회사로 양국 정부가 모두 36%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ST측은 합병 논의를 부인했으나 이탈리아와 프랑스 정부의 고위관리들은 ST가 모토로라와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이번 합병 논의가 성사되면 이르면 내년초 통합회사가 출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액이 64억달러로 세계 3위를 기록한 ST와 매출 순위 7위(50억달러)인 모토로라의 반도체 사업부가 합치면 매출규모가 단숨에 1백10억달러에 달해 매출액이 71억달러인 도시바를 제치고 2위가 되면서 1위인 인텔과의 간격도 줄이게 된다.

이번 합병으로 지금까지 유럽시장이 주무대였던 ST는 세계 최대인 미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다. 이와 관련,ST의 파스콸레 피스토리오 회장은 올 초 미국이나 아시아 업체 중 합병이 가능한 회사를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한때 세계 반도체업계의 선두주자였던 모토로라는 지난해 세계적인 정보기술(IT) 붐이 꺼진 이후 반도체 부문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등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으며 구조조정 압력에 시달려 왔고, 이 과정에서 종업원 4만5천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모토로라는 지난 7월 올 2분기에 23억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발표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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