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훈 4강 좌절 中 왕레이에 석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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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세계대회 17회 연속 우승을 거듭하며 승승장구해온 한국바둑이 삼성화재배를 강타한 '중국바람'에 휘말려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16일 울산 현대호텔에서 벌어진 중앙일보 주최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8강전에서 한국의 최명훈 8단은 중국의 왕레이(王磊·사진)8단에게 208수 만에 흑으로 2집반을 져 아쉽게 탈락했다. 이제 한국 기사로는 조훈현 9단 한 사람만 남았다. 중국 기사들에게 완전 포위된 조훈현 9단이 필마단기로 위기를 돌파해 한국의 18연속 우승이란 대기록을 만들 수 있을까. 바둑 팬들의 걱정어린 시선이 울산으로 쏠리고 있는 가운데 조훈현 9단은 17일 중국 뤄시허(羅洗河)9단과의 8강전에 나선다.

삼성화재배 8강에 오른 기사는 중국 4명에 한국 2명. 8강전 네 판 중에서 16일엔 최명훈 8단-왕레이 8단전과 창하오(常昊)9단-왕위후이(王煜輝)7단전 두 판이 열렸다. 崔8단의 상대인 왕레이 8단은 최근 중국 랭킹에서 창하오를 제치고 1위로 나선 신흥 강자다. 흑을 쥔 崔8단은 두터운 세력으로 대세를 리드하다가 중반 흑진 깊숙이 뛰어든 백을 맹공해 우세를 확립했으나 직후 형세를 낙관한 나머지 중대한 고비에서 완착을 범해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같은 중국기사들끼리 맞붙은 창하오-왕위후이전에서는 조훈현 9단과 함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창하오 9단이 신예 왕위후이의 치고 빠지기 식의 게릴라 전법에 밀려 흑을 쥐고 불계패하는 이변을 낳았다.

17일엔 조훈현-뤄시허전과 함께 중국기사들의 대결인 차오다위안(曹大元)9단-후야오위(胡耀宇)7단전이 함께 벌어진다.

<하이라이트>=우변 흑의 방대한 세력 속에 백이 뛰어들어 생사를 건 접전이 벌어질 때 최명훈 8단이 던진 흑1이 백의 명맥을 끊은 통렬한 한 수. 백의 왕레이 8단은 이 대목에서 정면승부를 피하고 6으로 변신해 장기전을 꾀했으나 우변을 잡힌 출혈이 너무 커 흑이 간발의 우세를 보이게 됐다. 그러나 崔8단은 형세를 낙관한 나머지 좌변을 25로 밀어 이곳 흑 일단의 안전부터 도모했는데 이 수가 패착이었다. 25로 중앙 쪽을 두어 집을 키웠으면 명백한 흑의 바둑이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dar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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