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소집 카드사 과당경쟁 방지회의 공정위서 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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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금융감독원이 신용카드의 주유(注油)할인 등이 과당경쟁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 업계 관계자 회의를 소집한 데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고 나서 파문이 예상된다.

금감원은 지난 15일 9개 카드사 사장 전원을 긴급 소집해 카드사들이 최근 과도하게 외형 불리기 경쟁을 하면서 무더기 적자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하고 '카드사 과당경쟁 방지대책' 추진 방침을 전달했다.

금감원의 방침에 따라 카드사들은 할인혜택 등을 축소 또는 폐지하기 위해 여신전문금융협회 주관으로 16일 오후 실무자회의를 열어 '공정경쟁을 위한 자율 결의'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오전 "금감원이 나서서 카드사의 서비스를 공동으로 제한하는 회의를 연다는 것은 명백한 공정거래법(19조의 담합금지 조항)위반"이라는 공정위의 해석이 금감원측에 전달됐다. 공정위는 특히 "카드사들이 자율적으로 과당경쟁 방지대책을 마련하면 몰라도 시장경제를 선도해야 할 금융당국이 업계 관계자를 한자리에 모아놓고 일률적으로 지도하겠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카드사 실무자 회의는 한때 취소됐다가 '일단 회의를 열어 자율 결의를 한 뒤 공정위의 심사를 받도록 한다'는 금감원 및 협회의 방침에 따라 다시 열렸다.

그러나 공정위는 여전히 "카드사들이 집단적으로 대책을 만드는 회의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공정위의 제동에 따라 금감원이 추진할 예정이던 과당경쟁 방지대책에 적잖은 차질이 예상되며 카드시장에 금감원이 직접 개입해온 감독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A카드사 관계자는 "공정위가 담합소지를 물고 늘어질 경우 결국 각 카드사가 금감원의 의중을 알아서 파악하고 자율이라는 형식을 포장해 적당히 대책을 마련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B카드사 관계자는 "주유 할인이나 무이자 할부를 전면 금지한다면 시장경쟁 원칙에 위배될 수 있지만 ℓ당 20∼30원 할인과 3개월까지 무이자 할부수준으로 제한한다면 과당경쟁을 상당부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5월 LG·삼성·국민·외환카드 등 4개사에 대해 현금서비스·할부수수료와 연체이자율을 담합했다며 2백33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장세정·김영훈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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