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사설 의료기관 ‘존애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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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2년(선조 35) 임진왜란이 끝나고 찾아든 기근으로 백성들의 삶은 처참했다.

황폐해진 국토와 경제적 어려움은 서민을 극심한 기근과 질병에 시달리게 했다. 누구 하나 손을 쓰지 못하고 있던 때 경북 상주의 김각(金覺)·성람(成濫)·정경세(鄭經世)·이준(李埈) 등의 선비들은 이 모든 것인 위정자의 잘못이라는 반성과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것이 바로 병든 백성을 구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탄생된 것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 의료기관인 존애원(存愛院)이다.

경북 상주시 청리면 율리에 자리 잡고 있는 존애원은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남을 돕게 된다’는 뜻의 ‘존심애물(存心愛物)’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의료시설이 턱없이 부족했던 당시 십시일반으로 많은 약재와 시설을 모아 가난한 서민들을 치료하여 주었다. 의서를 발간하여 쉬운 질병은 백성들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의료뿐만 아니라 상주 지역 13개 문중의 모임인 ‘낙사계’를 만들어 지역화합을 이루고 공히 함께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고자 의견을 모았다.

즉 존애원은 상주 선비들의 박애정신에서 탄생한 사설 의료시설인 동시에 향토 사랑을 실천한 낙사계원들의 응집소였다. 지금도 상주 지역은 이러한 선비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인 존애원의 가치가 살아남아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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