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민·선수 한마음 아시아 화합의 場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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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44개국 9천여명이라는 역대 최대규모, 북한 선수단·응원단의 참가, 1994년 히로시마에 이은 두번째 지방도시 개최, 한국 선수단의 역대 최고 성적 등 많은 의미를 담은 부산 아시안게임이 지난 14일 막을 내렸다. 폐막 직후 정순택 부산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이번 대회가 아시아인의 화합을 이끌어낸 성공적인 대회였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조직위원장으로서 부산 아시안게임을 자평해 주십시오.

"'통일 아시아드','화합 아시아드'였습니다. 분단의 고통을 겪고 있는 남북한을 비롯해 혼란 속의 아프가니스탄·동티모르·팔레스타인 등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전 회원국이 참여해 매우 의미있는 대회였습니다. 주최국으로서도 월드컵 개최로 높아진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었고, 개최지 부산으로서도 아시아의 중심 도시로 도약할 수 있었다고 평가합니다."

-대회를 치르면서 특히 보람을 느낀 것은 무엇입니까.

"부산 시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참여했고, 한국 선수단은 역대 최다 금메달을 땄습니다. 북한의 참가로 우리 젊은이들이 북한에 대해 동포애를 느끼게 됐습니다. 이번 대회가 통일의 기틀이 되기를 바랍니다."

-북한 응원단이 대회 내내 화제가 됐습니다. 북한 응원단을 직접 보셨습니까.

"경기장에서 응원하는 모습을 여러차례 봤고, 선수촌에서 공연할 때도 봤습니다."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우선은 응원단이 너무 조직적이고 기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같이 좀 더 자유롭게 응원하는 모습이었으면 좋았을텐데요. 하지만 질서정연하고 신나는 응원으로 경기장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일조 한 것은 틀림없습니다. 관중이나 시민들의 눈길을 끌 만한 요소가 많았습니다."

-수도가 아닌 지방도시에서 대규모 국제대회를 치르느라 어려움이 컸을텐데요.

"제약이 많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경기장 시설이나 문화 수준에는 별 문제 없지만 질 높은 인적 자원을 확보하는데 있어서는 서울과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영어 이외의 다른 언어를 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번에도 준비를 많이 한다고 했지만 경험이 없어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했습니다. 지방에서 하다 보니 국가적 행사가 지역적 행사로 그칠 위험도 있었습니다. 아시안게임과 같은 큰 행사를 지방에서 치를 때는 인근 도시와 합동으로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이번에도 울산·창원·마산·양산과 함께 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중앙정부에서 재정적으로 많이 도와줬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대회 치르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대회 초반에는 운영 미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수송을 비롯해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대회가 진행되면서 많이 매끄러워졌습니다. 4만여 서포터스와 1만7천여 자원봉사자들의 희생적인 활동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쉽다고 할까요.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못했다고 후회되는 것은 없습니까.

"조직위원장을 맡은 게 꼭 1년 전입니다. 1년은 아시안게임 같은 큰 행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준비하는데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입니다. 우리와 똑같이 지방에서 대회를 치른 히로시마를 보더라도 처음 대회를 유치할 때부터 대회를 마칠 때까지 조직위원장과 사무총장이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위원장이나 총장이 모두 바뀌었습니다. 좀 더 빨리 (위원장으로)왔더라면, 좀 더 공부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솔직히 전에는 몰랐다가 대회가 개막한 다음에 문제점을 파악한 적도 많았습니다. 조직위원회라는 조직은 한시적이고 특수한 조직이기 때문에 구성을 처음부터 확실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파견 공무원이건 특채 직원이건 간에 엘리트들로 구성해야 합니다. 앞으로 다른 대회를 치를 때도 신경써야 할 부분입니다 ."

부산=손장환 기자

inhe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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