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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 장학로씨 비리폭로 여성 "국민회의 3억 약속 안지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1996년 김영삼(金泳三) 정부 시절 국민회의(현 민주당)가 청와대 제1 부속실장이던 장학로(張學魯)씨의 비리를 폭로하는 대가로 거액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대통령후보의 장남 정연씨의 병역 면제 의혹을 제기한 전 의무부사관 김대업(金大業)씨가 민주당 측에 5억원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민회의 폭로자 매수 의혹=장학로씨 비리를 폭로했던 백혜숙(45·여)씨는 "당시 국민회의 종합민원실장이던 오길록씨가 폭로 기자회견을 하는 조건으로 3억여원 상당의 제공을 약속했으나 지금까지 8천만원만 줬다"며 나머지 2억2천만원의 약정금과 위자료 8천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지법 남부지원에 냈다고 14일 밝혔다.

白씨는 당시 吳씨로부터 현금과 함께 ▶큰 빌딩 내 구내식당▶올림픽 공원이나 시민공원의 매점▶황금 열쇠와 국민회의 총재의 시상 등을 약속받았다고 주장했다.

白씨는 96년 3월과 9월 吳씨에게서 각각 3천만원과 1천만원을, 정권 교체 뒤인 99년 6월과 9월 국민회의 사무총장이던 정균환·한화갑 의원에게서 각각 3천만원과 1천만 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白씨는 "네 차례 돈을 받을 때마다 '이 돈은 위로금'이란 각서를 국민회의 측에 써줬다"며 관련 각서 사본을 공개했다.

白씨는 "당시 국민회의 측의 꼬임에 넘어가 기자회견을 한 뒤 친척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아들도 자살을 기도하는 등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올해 당직자들로부터 추가로 2억여원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으나 아직 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 대변인실은 "당시 장학로씨가 수십억원의 부정 축재를 저지른 행위를 국민에게 올바로 알리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며 "당 차원에서 금전을 건넨 적은 없으며, 오길록씨가 개인적으로 돈을 줬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발표했다. 吳씨는 "96년 사채를 끌어들여 白씨에게 줬다. 白씨가 돈을 요구해 위로 차원에서 제공한 것이다"고 말했다.

◇김대업씨 5억원 청구설=白씨는 "지난 8월 민주당 한화갑 대표의 비서 徐모씨가 '김대업씨가 5억원을 달라고 했으니 당신도 2억∼3억원만 청구하라'고 권했다"면서 徐씨의 발언이 담겨 있다는 테이프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白씨가 "徐차장님이 지난번 상담할 때 이회창씨 아들 병역 비리로 김대업씨 측이 5억원을 청구했다고, 우리 보고도 2억∼3억원 청구하라고 했잖아요. 그때 녹음 다 해놨어요"라고 말하자 "제가 그런 얘기를 했나요(徐씨)" "커피숍에서 얘기했잖아요(白씨)" "아, 예. 그런데, 도와주려고 얘기하는 것까지 녹음해요? 실망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알아서 하세요(徐씨)"라고 돼 있다.

徐씨는 "비슷한 얘기를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金씨가 한나라당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듯 白씨도 여기와서 자꾸 얘기하지 말고 법적으로 해결하라고 충고해준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대업씨도 "한화갑 대표의 비서 徐씨란 사람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며 "돈 요구 운운은 터무니없는 소리이기 때문에 白씨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윤창희·윤혜신 기자

thepl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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