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 물가자극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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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원화의 대미(對美)달러 환율이 최근 크게 올랐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엔화의 대미달러 환율이 오른 데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환율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일 한때 달러당 1천2백63.9원까지 올라갔다가 결국 1천2백59.3원에 마감됐다.

지난 1일의 1천2백27.7원에 비해 8일(외환시장 개장일 기준) 만에 31.6원(2.57%)이 오른 것이다. 이로써 환율은 지난 5월 중순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아졌다.

올 들어 환율이 가장 낮았던 지난 7월 22일의 달러당 1천1백65.6원에 비해서는 95원 가량 높다.

환율 상승은 유가 상승과 겹쳐 국내 물가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전체로는 물가 상승률이 3% 이내에 머무르겠지만 내년에는 3.5%를 넘어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 왜 이렇게 오르나=가장 큰 원인은 엔-달러 환율의 상승이다. 그만큼 미국 달러화가 강세라는 점이 반영되는 데다 주요 수출 경쟁국인 일본의 엔화 환율이 오르면 수출 경쟁력 때문에 원화 환율도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작용하곤 했던 게 국내 외환시장의 흐름이다.

지난 7월 한때 달러당 1백15엔까지 떨어졌던 엔-달러 환율은 일본 정부의 엔화 약세 정책과 일본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최근에는 1백24엔대까지 올랐다.

특히 지난달 말 일본 정부의 국채 입찰이 사상 처음으로 유찰된 것이 일본 경제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면서 엔-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는 원인이 됐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엔-달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르고 있다.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이 지난 8월 8억1천만달러, 9월 3억달러에 이어 이달 들어 10일까지 1억달러가 빠져나간 영향이 크다고 외환딜러들은 분석했다.

국내 경기가 하강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과 경상수지 흑자폭이 줄어드는 것도 원화 약세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경상수지가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도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영향과 전망=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그동안 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던 환율이 이제 물가를 올리는 요인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원화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입품 가격 상승을 우려한 것이다. 또 국내 공산품의 원자재·부품 수입도 환율의 영향을 받는다.

8월 수입물가가 1.4%(전월대비) 올라 4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데 이어 9월에도 2.7% 오르는 등 이같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인플레 선행지표인 원재료·중간재 물가도 8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외환은행의 하종수 외환딜러는 "연말까지 달러당 1천3백원을 넘어서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환 수급상 환율 상승 요인이 많지 않은 데다 엔-달러 환율도 계속 오르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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