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불만 두번 듣는 부서 존재가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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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비행기를 탈 때면 습관적으로 창가 쪽에 앉기를 좋아합니다. 한달전 미국 출장을 다녀오면서 예약할 때 창가 좌석 배정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탑승해 보니 창가가 아닌 복도 좌석이었습니다. 이같은 일은 며칠 뒤 부산으로 출장을 가는 비행기에서도 똑같이 발생했습니다. 이런 3류 서비스로 어떻게 세계적인 항공사가 될 수 있습니까."

이달초 대한항공 고객인 김모씨(45·회사원)가 e-메일로 보낸 이 글이 대한항공(www.koreanair.co.kr)을 뒤집어놨다. 사내 전자게시판인 '고객의 말씀'에 올라 온 이 글을 조양호 회장(53)이 본 것이다. 예전에는 '고객의 말씀' 담당자가 고객들의 탄원을 해당 부서에 알려 주는 식이었다. 그러다보니 어지간한 것은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대충 넘어갔다.

그러나 이젠 달라졌다. 趙 회장은 이달초부터 매일 한시간씩 사내 전자게시판을 찾아 고객들의 불만을 직접 듣는다. 고객 불만에 대한 해결 방안을 놓고 담당자들과 e-메일로 토론하기도 하고, 때로는 나름의 서비스 개선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최고경영자가 직접 '고객의 말씀'을 챙기자 대한항공의 분위기가 확 달라진 것이다.

이메일로 들어온 고객 불만에 대해 해당 부서는 즉각 경위를 확인하고 후속 조치를 마련한다. 趙 회장은 지난 10일 임원 회의에서 "항공사의 생명은 서비스며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최고 항공사로 인정받는다"면서 "고객들로부터 같은 불만을 두번 듣는 부서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趙 회장은 또 임원들이 자주 현장을 찾아 고객의 불만을 피부로 느낄 것을 주문했다. 그는 "관리자는 불만이 반복될 때마다 해결하는 사람(Time Teller)이 되기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개선 방법을 내놓는 사람(Clock Builder)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즉 정교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계가 불량품을 생산한다면 불량품을 고쳐주기 보다는 기계의 문제점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서비스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趙 회장이 최근 홈페이지에 남긴 메모다.

김동섭 기자

don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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