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대출 4천억 나도 몰라 정몽헌회장만 할수 있는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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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현대상선 4억달러 북한 지원설'의 열쇠를 쥔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은 "산업은행 대출금은 당시 그룹 내 2인자였던 나도 몰랐던 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문제가 된 현대상선 대출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鄭회장만이 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관계기사 5면>

李전회장은 2000년 6월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에서 4천억원을 대출받았을 때 현대그룹의 자금 담당 총책임자였으며 당시 대북사업도 진두지휘했다.

李전회장은 치과 치료차 들른 미국 LA에서 12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현대그룹 구조상 산업은행 대출금은 鄭회장선에서 처리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鄭회장은 이에 앞서 LA 남부 뉴포트비치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현대상선의 대출에 관여하지도 않았고, 그같은 사실을 얼마 뒤 다른 부하 직원에게서 보고받았다"고 주장했다.

李전회장은 이에 대해 "당시는 현대상선을 포함해 현대건설·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 등 주요 계열사가 모두 자금난으로 어려워 와병 중이던 고(故)정주영 명예회장까지 회사에 나와 두세시간씩 그룹의 빚 걱정을 했던 때"라며 "따라서 정상적인 현대그룹 계열사 대출 자금이었다면 내가 몰랐을 리 없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내가 아는 한 현대가 대북사업과 관련해 북한에 보낸 돈은 금강산 관광 대가와 평양 체육관 건립 비용이 전부"라며 "그 외에 추가로 돈이 움직였다면 그건 鄭회장만이 관여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 등도 그런 돈의 성격에 대해 짐작은 했겠지만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金전사장이 현재 LA 인근에 머물며 신병치료 중인데다 鄭회장과 李전회장이 모두 이달 초 LA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돼 대북 지원설과 관련해 현대의 '핵심 3인방'이 모여 당시 정황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겠느냐는 의혹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LA=김시래·유재민 기자

sr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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