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경선은 사기" 발언 파문… 민주당 내분 격화 親盧측 "害黨 징계" 김영배 "까발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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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대선 후보 국민경선을 '사기'라고 깎아내린 김영배(金令培·71)의원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金의원은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의 회장이기도 하다.

金의원은 8일 노무현(盧武鉉)후보가 국민경선을 통해 선출된 후보라는 친노(親盧)진영의 주장에 대해 "사기 치지 말라. 국민경선이 아니라 후보들이 동원한 국민참여 경선"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친노 쪽의 김원기(金元基)고문은 9일 金의원을 겨냥, "한심한 ×"이라고 비난했다. 천용택(千容宅)의원도 "진짜 해당행위"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金의원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盧후보 측의 반응을 전해 듣고 기자들에게 "그 사람들, 징계할 능력이나 있어? 의총·당무회의·윤리위까지 우리가 모두 다수여"라며 일축했다. 또 친노 쪽을 겨냥, "××들 하지 말라고 그래. 내가 선거관리한 사람이여, 자꾸 건드리면 내용을 까발려버릴 거여"라고 2탄을 날렸다.

金의원은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경선의 선관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후보들과 전국을 돌며 경선을 관리해왔다. 16차례에 걸친 주말 경선마다 金의원이 개회사를 했다. 당시 그는 '국민과 함께 하는 새천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라고 가는 곳마다 강조했다.

이상수(李相洙)선대위 총무본부장은 "자기가 사회를 봐놓고 자기를 부정하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이호웅(李浩雄)조직본부장도 "자기가 사기극의 주연이란 뜻이냐"고 비아냥댔다.

김경재(金景梓)의원은 "정치를 시작해서 처음으로 국민경선 때 사인공세를 받았다는 분이 침묵을 지키는 게 정치적 도의지. 나이가 드셔서 그런지…"라고 말했다.

중도파인 박양수(朴洋洙)의원도 "1백90만명이 신청하고 이 중 3만5천명이 참여한 국민경선제는 정당 사상 처음 있은 획기적인 정치혁명"이라고 金의원 발언에 거부감을 표시했다. 김원길(金元吉)의원도 "잘못 전달됐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당내에선 향후 사태의 전개를 주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金의원의 추가 폭로가 나올 경우 상황은 매우 복잡해진다"는 관측이 그것이다. 게다가 다소 다혈질이긴 해도 6선의 경력에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金의원이다. 그런 그가 아무런 계산없이 폭탄발언을 했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경우에 따라선 金의원이 盧후보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본격적인 작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민주당에는 또 하나의 지뢰가 심어진 셈이다.

이정민·나현철 기자

jm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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