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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아시안게임>스카프에 긴소매·긴바지… 이란 女선수 국제대회 첫 출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이제 우리 이란 여성들도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게 됐어요."

9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 한 여자 포환던지기 선수가 몹시 거추장스러운 복장을 하고 필드에 나섰다. 머리에는 스카프를 썼고 긴소매에 긴바지 유니폼을 입었다. 이 여자 역사(力士)는 1978년 이슬람 혁명 이후 여자 육상선수로는 처음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한 이란의 베자디 파리사(28)였다.

파리사는 이날 자신의 최고기록 14m60㎝에 한참 못미치는 12m96㎝를 던져 참가 선수 8명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이슬람권 여성체전의 금메달리스트였지만 본격적인 국제무대에서는 아무래도 역부족이었다. 그의 최고기록은 아시아 최고기록(21m76cm)은 물론 한국기록(19m36cm)에도 한참 못미친다. 그냥 출전 경험을 쌓은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농구선수로 활약하다 98년 육상으로 종목을 바꾼 그는 이번 대회를 마친 뒤 헤비급 복싱 선수인 같은 나라의 알리레즈 에스테키(28)와 결혼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란은 사상 처음으로 파리사 외에도 모두 13명의 여자 선수를 이번 대회에 내보냈다. 여자 선수들의 출전 하나만으로도 최근 변화한 이란의 모습을 보여주기엔 충분했다.

엄격한 회교 율법이 최근 많이 완화해 이란 여성들은 복싱·레슬링 등 격투기 몇 종목을 제외하고는 스포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남성들이 보는 곳에선 스카프을 써야 하며 팔·다리가 드러나는 운동복은 입을 수 없다.

부산=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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