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국민은행장 "주가 띄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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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주가가 급락하면서 김정태 국민은행장의 발걸음이 다시 바빠졌다.

金행장은 외국인들의 매도공세로 국민은행 주식값이 4만원 밑으로 곤두박질하자 외국인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는 일에 나섰다.

金행장은 7일 일본 도쿄(東京)로 날아가 미 신용평가기관인 S&P 일본지사를 방문했다.

그는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S&P가 유일하게 국민은행의 투자등급을 BBB+로 설정한 이유를 알아보고 A등급으로 올려줄 것을 요청했다.

金행장은 "최근 가계대출의 부실 우려감이 커지고 있지만, 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 8월 2.4%에 달했다가 9월에는 약간 떨어졌다"면서 "시장의 우려는 지나치다"고 설명했다.

金행장은 이달 하순에는 뉴욕을 방문한다. 오는 24일 뉴욕에서 투자설명회(IR)를 열고 3분기 실적도 현지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10월 정기이사회도 뉴욕에서 열기로 했다.

증권업계 출신인 金행장은 증시의 흐름을 잘 읽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9·11 테러 사태 직후 바닥장세에서 5천억원의 은행 돈을 증시에 투입해 큰 재미를 봤다. 지난 6월에는 주가가 단기 고점을 형성할 때 스톡옵션 30만주를 행사하고 수익 일부를 불우이웃돕기 등에 썼다.

金행장에게 요즘 증시를 어떻게 보는지 물어봤다. 시장 주변 여건이 워낙 불투명해서인지 그도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한국 경제의 기초여건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나은 게 사실이지만 외국인들은 해외 증시여건이 나쁘면 거의 자동적으로 국내 주식도 팔고 있다"고 그는 진단했다.

金행장은 "외국인들은 일단 삼성전자 주식을 팔다가 지치면 다음으로 국민은행 주식도 파는 형국"이라며 "외국인 매물이 쉽게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1년 정도 뒤를 내다본다면 이제 슬슬 주식을 사들여야 할 때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金행장은 "바닥을 가늠하는 것은 힘들지만 지금부터 주식을 적금식으로 분할해 사모은다면 1년 뒤엔 분명 큰 수익을 얻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국민은행 창구에선 주식과 연계된 실적배당 상품들을 본격 판매할 계획"이라며 "바닥을 확인하고 판매에 들어가면 이미 때는 늦다"고 강조했다.

金행장에게 그러면 금리는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그는 "한국은행이 콜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지만 시중금리가 더 내리면 내렸지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자금의 수급을 보면 간단히 답이 나온다. 은행 입장에서 돈 굴릴 곳은 계속 마땅찮고, 돈 쓰겠다는 곳은 별로 없으니 금리가 오를 턱이 있느냐"는 설명이다.

김광기 기자

kikw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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