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사랑에 빠진 외국인을 찾아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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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중국 베이징(北京)에 주재하고 있는 알바니아 대사 쿠이팀 자니(사진). 벌써 5년째 알바니아-한국어 사전을 수(手)작업으로 만들고 있다. 발칸반도 서남부의 작은 나라 알바니아에서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손꼽을 정도다. 그는 왜 이런 힘든 일을 자청했을까.

"북한에서 외교관 생활을 했을 때 한글을 처음 배웠어요. 그 후 과학적인 한글의 매력에 흠뻑 빠졌습니다. 제게 소원이 있다면 알바니아의 대학에 한국어과를 개설하는 거예요."

한글의 세계화를 위해 각국 언어로 된 한글 사전은 필수적이다. 쿠이팀 자니는 이런 의미에서 '한글 외교관'으로 불러도 좋겠다. 그는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이 끝나면 한-알바니아 사전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MBC는 한글날을 맞아 9일 오전 10시30분 특집 다큐멘터리 '한글, 세계를 달린다'를 방송한다. 한글의 국제적인 위상을 살펴보고, 세계 곳곳에서 한글을 배우는 사람들을 통해 우리 말과 글을 새롭게 돌아 보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중국·베트남·미국 등 해외 6개국을 현지 취재했다.

칭기즈칸이 사랑했던 고려 출신 후궁과 이름이 같다는 계기로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몽골의 여대생, 아프리카 케냐 서부의 한 부족 청년, 저서 『총·균·쇠』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UCLA대의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 이렇게 '한글 사랑'에 흠뻑 빠져 있는 이들을 만나본다.

이 프로그램은 PD가 아니라 아나운서가 직접 제작을 맡은 점이 이채롭다. 최재혁 아나운서가 주인공으로, 지난해에는 '한글, 라후마을로 가다'를 만들기도 했다.

최아나운서는 "중국·베트남 등지에서 불고 있는 한국 대중문화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한글 교육에 대한 현지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독일은 해외 문화원의 연간 예산인 3억 유로(약 3천3백억원) 가운데 80% 가까이를 독일어를 가르치는 데 쓴다고 한다. '괴테 하우스'와 같은 기관을 통해서다. 반면 우리가 책정한 '한국어 해외 보급'예산은 한해에 고작 7억여원에 불과하다.

이상복 기자 jiz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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