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너만 믿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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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9면

삼성전자 주가는 증시의 나침반과도 같다. 거래소 시가총액의 17%를 차지하는 대표 종목이어서 반도체 관련주뿐 아니라 전체 장의 흐름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올 들어 세계적인 경기둔화로 정보기술(IT) 업황이 고전하면서 투자자들이 기술주를 많이 팔았다.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었고, 최근엔 30만원선이 무너졌다. 지금은 연중 가장 높았던 4월 하순의 43만원대보다 30% 가량 떨어진 상태다.

그래도 인텔 등 미국의 대표적인 반도체주가 급락한 것을 감안하면 선방한 편이다. 17개 반도체주를 묶어 놓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봐도 올해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잘 버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초 대비 경쟁업체들은 주가가 50% 가량씩 떨어졌지만 삼성전자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D램 생산 5위인 일본 엘피다(히타치·NEC 합작)가 미쓰비시의 D램 사업부를 인수한다고 발표해 업계의 새판짜기가 진행되고 있으며, 오는 18일엔 삼성전자가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시장의 관심은 다시 삼성전자와 반도체주로 쏠리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의 앞날을 밝게 보고 있다. IT경기가 짧은 시간 안에 살아나지 않더라도 올해 보여줬듯 해외 경쟁업체들에 비해 든든한 방어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는대로 내년 하반기에 IT경기가 제대로 살아나면 ▶높은 수익성▶균형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무기로 경쟁업체들을 압도하고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주가 역시 상승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 정창원 IT팀장은 "해외 D램 업체들은 돈이 없어 설비투자에 나설 엄두조차 못내는상태"라며 "삼성은 40% 이상 낮은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돈을 벌어 설비투자에 쓰고 이를 통해 다시 원가를 줄여 수익을 늘리는 선순환 구조가 주가를 지탱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1백28메가D램을 만들 때 드는 원가가 2달러 후반대지만 미국 마이크론은 3달러 후반대다. 내년엔 경쟁업체와의 원가 격차가 50% 이상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휴대전화·디지털미디어 등의 비중이 3:3:3 정도로 잘 분할돼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D램 가격이 조금 떨어지면 휴대전화를 많이 팔면 된다. 비메모리 반도체(CPU)를 만드는 인텔은 PC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 설 땅이 없다.

엘피다가 미쓰비시를 인수한 것도 큰 부담은 안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선수'들이 줄어 경쟁이 완화됐고, 주가 상승에도 유리한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SK증권 전우종 연구원은 "이번 인수는 D램 사업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방증"이라며 "12인치 3백㎜ 웨이퍼 설비 공장을 짓자면 20억달러(약 2조4천억원)가 드는데 삼성전자·마이크론을 제외하면 일년 내내 장사해도 공장 하나 지을 수 없는 업체들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일본·유럽의 반도체 회사들은 최근 2년간 불황에 허덕이면서 설비투자는 꿈도 못꿨고 증자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싶어도 주가가 급락해 손을 쓸 수 없었다. 따라서 불황기와 구조조정기가 끝나면 자금·기술력을 갖춘 삼성전자의 호황 시대가 활짝 열린다는 것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은 4일 이런 이유로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시장 평균수익률 상회'에서 '매수'로 올리고, 목표 주가(6개월)를 40만원대로 제시했다. 크레디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증권도 목표 주가(12개월)로 46만원을 내놨다.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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