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물결에 정확하게 올라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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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기업이란 변하지 않으면 죽습니다."

하이테크 산업으로만 인식돼온 컴퓨터(PC)산업에 모델 변경 서비스와 저가(低價)PC 판매 등 마케팅 개념을 도입해 시장을 변화시킨 삼보컴퓨터 정철(鄭鐵·42)사장. 그는 "현재 컴퓨터 업계는 다시 침체 상태"라며 "2∼3년 안에 신제품을 만들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컴퓨터의 교체 주기는 대개 4.5년 정도였는데 성능이 좋아지고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이 시기가 더욱 길어지는 추세입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컴퓨터 업계는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컴퓨터 업계 전체가 겪는 불황을 鄭사장은 기술과 마케팅으로 돌파하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그는 지난 4월 일선 업무에서 물러났다. 직책은 여전히 사장인데 그의 업무는 연구원에 더 가깝다. 세계 시장의 변화를 보기 위해 한달에 20일은 해외를 돌며 소비자의 요구와 기술의 흐름을 파악한다.

"앞으로 3년 동안 일선 업무에는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일상 업무를 하다 보면 세계 시장의 변화를 놓치기 쉽고 제품을 기획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죠."

그가 돌파구로 생각 중인 신제품은 컴퓨터와 휴대전화의 접목이다. 컴퓨터와 휴대전화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성능은 거의 갖춘 만큼 이제는 둘을 하나로 연결함으로써 효용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그의 이같은 도전정신은 실패에서 비롯된다. 한국과학기술원 박사 출신인 그는 한글 글꼴을 개발하는 휴먼컴퓨터라는 벤처기업 경영자였다. 그는 이 사업을 하면서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상품성이 없으면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1997년 삼보컴퓨터에 합류한 그가 체인지업 모델로 자금난에 시달리던 회사에 숨통을 터준 것도 마케팅의 승리였다. 한두달이면 새 모델이 나오던 당시 2년 뒤 새 모델로 바꿔주는 '체인지업' 판매방식이 소비자를 사로잡은 것. 제품가격을 먼저 정한 뒤 부품을 여기에 맞추는 저가 PC 'e-머신즈'도 그의 작품이다. 鄭사장은 "2∼3년 안에 등장할 컴퓨터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성을 갖출 것"이라며 "변화의 물결에 얼마나 정확하게 올라 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김동호,사진=김성룡 기자 e-new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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