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이라크 무기사찰 연기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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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뉴욕=심상복 특파원] 유엔이 최근 이라크와 이르면 2주 내 실시하기로 합의했던 무기사찰을 미국·영국의 압력으로 당분간 연기키로 했다고 미국의 뉴욕 타임스와 영국의 BBC방송 등이 4일 보도했다.

유엔 감시·사찰·검증위원회(UNMOVIC·무기사찰단)의 한스 블릭스 위원장은 3일 "이라크와 대통령궁 사찰 여부 및 사찰단의 신병 안전문제를 합의하지 못해 사찰단의 이라크 조기 입국은 당분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사찰을 시작한 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새로운 사찰안을 만들면 사찰활동이 우스워질 것"이라며 "사찰 재개는 안보리의 지시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블릭스 위원장은 지난 1일 이라크 측과 무기사찰을 재개키로 합의한 협상 결과를 이날 안전보장이사회 비공개회의에서 설명한 직후 기자들에게 이같이 밝혔다.

블릭스 위원장은 이에 앞서 회의에서도 "사찰단은(이라크 입국에 앞서)사찰활동을 구체화할 안보리의 새로운 지시를 환영한다"며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사찰이 재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덧붙였다.

뉴욕 타임스와 BBC방송은 블릭스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이 미국의 사찰 보류 요구를 받아들여 당분간 연기한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15개 상임·비상임이사국은 지난 3일 안보리 비공개 회의에서 이라크에 대한 사찰방식을 강화해야 한다는데 어느 정도 의견을 수렴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그러나 이라크가 사찰을 거부할 경우 무조건 무력을 사용할 것을 요구하는 미국의 안보리 결의안 초안에 대해서는 프랑스·러시아가 여전히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뉴욕 타임스와 BBC는 "안보리 내에서는 일단 이라크에 무기사찰 기회를 주고, 이를 거부하면 안보리가 다시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 결의안을 채택하는 프랑스의 2단계 해법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이라크 내 대통령궁 등 모든 대량 살상무기 생산·연구 의혹시설에 대한 무제한적인 사찰을 안보리가 새 결의안에서 명시할 경우 미 국무부가 프랑스의 2단계 방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3일 "세계 최악의 무기를 지닌 최악의 지도자를 용납해서는 안된다"며 "유엔이 행동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행동에 나서 국제적인 연합을 이끌 것"이라며 유엔 동의가 없어도 미국이 직접 행동에 나설 것임을 재천명했다.

sims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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