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盧 오늘 실력행사 … 민주 戰雲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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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통령후보 단일화를 표방하며 노무현(盧武鉉)후보를 압박해온 민주당내 비노(非盧)중도파가 4일 전체모임을 강행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선다.

이들은 3일 그룹별로 예비모임을 열고 참석인원을 점검했다. 설송웅(松雄)의원은 "현재 참석 의사를 밝힌 의원은 48명"이라면서 "동참자 수가 계속 늘고 있어 50∼60명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동안 각 계파 대표자 모임은 여러번 있었지만 전체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처음이다. "세력 대결로 비쳐져 盧후보측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여러번 날짜를 잡았다가 미뤘기 때문이다.

하지만 盧후보가 지난 1일 '주도세력 교체론'을 들고나오면서 기류가 급변했다. "노무현당으로 가려는 포석"으로 받아들인 반노·비노파가 강력 반발하면서 집단행동 불사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중도파의 박양수(朴洋洙)의원은 "(盧후보가)자꾸 나가라는 얘기를 하는데 누가 남아있으려 하겠느냐"면서 "조만간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가 휘몰아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통합신당의 방법과 주도권을 놓고 미묘하게 엇갈려온 각 세력을 결속시켰다. 모임에 깊숙이 관여해온 한 의원은 "B·J의원 등 한화갑(韓和甲)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이 참석 의사를 알려왔다"고 귀띔했다.

단합을 강조해온 한광옥(韓光玉)최고위원 계보 의원들도 참석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원외위원장들도 가세할 참이다. 비노 성향의 원외위원장들은 지난 2일 모임을 가진 데 이어 오는 7일 50여명이 참여하는 '국민통합과 후보단일화를 위한 원외위원장 협의회'를 만들기로 했다.

4일 모임을 통해 이들은 盧후보와 韓대표에게 후보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줄 것을 공개 요구할 작정이다. 시한도 국정감사가 끝난 직후인 7일로 못박았다. 盧후보에 대한 최후통첩인 셈이다.

모임을 이끌어온 최명헌(崔明憲)의원은 "盧후보가 후보 단일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당무회의 소집을 위한 서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후보 단일화와 통합신당 창당을 안건에 부쳐 당무회의의 의결을 이끌어낸 뒤 ▶본격적인 통합신당 논의에 돌입한다는 시간표도 짜놨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의 의중을 타진하는 한편 정몽준(鄭夢準)의원 쪽과도 깊숙한 교감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친노쪽은 이들의 움직임을 '명분 없는 행동'이라고 성토하고 나서 양측의 대립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친노의 핵심인 천정배(千正培)의원은 "천명이 모여도 겁날 게 없다"고 비난했다. 후보 단일화 수용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정면돌파한다는 입장이다.

중도파들의 집단 행동이 본격화할 경우 정면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무회의 소집을 둘러싼 세 대결과 격돌은 정몽준 신당이 가시화하는 이달 중순께 중대 고비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민 기자

jm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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