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이 뻔한 문제로 전화유도 ARS 퀴즈 '속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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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영화 '어바웃 어 보이'의 남자 주인공은?" 1.하 그랜트 2.휴 그랜트 3.파 그랜트(정답 2번)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성팬들을 사로잡은 이 가수의 이름은? 1.에이 2.비 3.씨"(정답 2번)

MBC '출발 비디오여행'과 '섹션TV 연예통신'에 나온 ARS(자동응답서비스) 퀴즈 내용 중 일부다. TV방송사들이 운영하는 ARS퀴즈가 '돈벌이'를 위해 정답이 뻔한 문제를 내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방송위원회가 지난 8월 5일부터 1주일간 지상파 방송 4사(KBS·MBC·SBS·iTV)와 JEI스스로·투니버스·겜비씨·겜티비 등 어린이·청소년 대상 케이블 방송 4개사의 서비스 운용 현황을 조사해 최근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의 ARS서비스는 KBS1(3개)· KBS2(6개)·MBC(3개)·SBS(10개)·iTV(6개)로, 대부분이 손쉽게 해답을 알 수 있거나 신변잡기 위주로 구성돼 있다.

심지어 정답을 다른 색깔로 표시하거나 진행자가 정답에 가까운 힌트를 제시하기도 해 방송사가 정보 제공보다는 시청자들의 ARS 참여를 유도해 수익올리기에만 급급하다는 항간의 평가를 재확인했다.

ARS서비스 이용 요금이 가장 비싼 방송사는 전화요금 외에 30초당 2백원의 정보이용료 및 부과세를 부과한 iTV였으며, MBC·SBS는 30초당 1백원, KBS는 30초당 50원이었다.

방송위는 또 문제를 듣고 정답을 입력하는 시간 외에 각종 서비스 안내, 개인정보 입력 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치도록 해 내용을 모두 청취할 경우 요금이 과도하게 부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어린이·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의 이용요금은 투니버스가 가장 비싸 20초당 2백원이었고 JEI스스로는 30초당 1백50원, 겜비씨와 겜티비는 각각 30초당 1백원이었다.

특히 투니버스와 JEI스스로의 경우 30분간 지속되는 퀴즈 프로에 ARS가 이용돼 1만원 이상의 비용이 나올 수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방송위는 이 조사를 토대로 ARS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토록 하거나 이용 요금을 할인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각 방송사에 권고했다. 특히 방송사가 ARS퀴즈를 '유료서비스'라고만 밝힐 게 아니라 이용요금이 얼마인지 구체적인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하라고 당부했다.

이영기 기자

leyoki@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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