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업 테이프 진짜 맞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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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 아들 병역비리 의혹을 둘러싼 이른바 병풍(兵風)사건이 점점 아리송해지고 있다. 특히 의혹 폭로·명예훼손 고소로 사건화에 앞장섰던 김대업씨가 검찰에 제출한 녹음 테이프의 진위마저 도마에 오르는 바람에 수사가 진행될수록 의혹 해소는커녕 국민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金씨는 지난 8월 12일 녹취록과 함께 테이프를 제출했으나 상태 불량으로 분석 불능 판정이 내려지자 상태가 나은 원본이라며 같은 달 30일 2차로 테이프를 제출했다. 그러나 2차로 낸 테이프가 1999년에 제작된 1차 것보다 뒤늦게 2001년산 테이프에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져 테이프 조작 시비까지 일고 있다.

金씨의 녹음 테이프는 사건 향방을 좌우할 결정적인 증거물이다. 녹음 내용만 밝혀지면 병풍 의혹은 곧바로 판가름날 것처럼 보였다. 국민의 기대가 컸고 그만큼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테이프를 한꺼번에 내지 않고 "집에서 안가져 왔다"며 수사 착수 일주일 후 하나만 제출한데다 녹취록도 군데군데 지운 상태여서 시작부터 석연찮은 점이 많았다.

복사를 거듭할수록 녹음 상태가 떨어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1차로 낸 것보다 한번 더 복사한 테이프를 원본이라며 2차 제출했다면 검찰은 물론 국민을 우롱한 것이다. 金씨는 원본이라고 말한 적이 없고 검찰 조사과정에서 이를 밝혔다고 주장하지만 이젠 녹취 내용보다 테이프의 진정성부터 수사해야 할 판이다.

또 수감 중이던 金씨가 검찰 컴퓨터를 이용해 인터넷 골프동호회 사이트에 일곱차례 글을 올렸다는 부분도 의혹이다. 당초 검찰은 "철저한 수감자 관리"를 주장했지만 수사 검사의 컴퓨터를 몇달간 마음대로 사용(私用)했다면 검찰 해명은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병풍 수사가 벌써 두달이 됐다. 완벽한 수사를 명분으로 무작정 끌 수는 없는 일이다. 검찰은 정치적 여건을 고려하지 말고 사회 정의 차원에서 사건 마무리를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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