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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인왕산이 한눈에 도심 속 신선의 휴식처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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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호 05면

한강 선유도 공원

서울 영등포구, 한강 한가운데 떠 있는 선유도는 원래 섬이 아니라 ‘선유봉(仙遊峰)’이라 불리던 산이었다. 비록 해발 40m의 작은 산이었지만 신선이 유람한다는 전설을 품고 있을 만큼 경치가 빼어났다. 고려시대 때부터 많은 이가 부근에서 뱃놀이를 즐겼고, 세종의 형 양녕대군은 선유봉에 영복정(榮福亭)을 지었다.

겸재가 그렸던 한강 선유도

여러 시인과 화가가 선유봉을 작품 소재로 다루었다. ‘공무도하가’에서 백수광부가 물에 빠져 죽은 장소로도 알려진 선유봉의 절경은 1741년께 겸재 정선이 그린 진경산수화 ‘선유봉(仙遊峯)’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그런데 1925년 을축년 대홍수 이후 일제는 제방을 쌓고 여의도 비행장을 건설하기 위해 선유봉의 암석을 채취하기 시작했다. 1978년에는 선유정수장이 만들어지면서 선유봉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2002년 4월 선유 정수장은 ‘선유도 공원’이라는 새로운 환경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옛 정수장의 모습을 그대로 살려 서울 한복판에서 자연환경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과거 선유봉에서 풍류를 즐겼듯, 시민들은 이제 선유도 공원에서 휴식을 만끽하고 있다. 선유도공원관리센터 주무관 김병남(48)씨는 “주중에는 하루 평균 4000명, 주말에는 1만 명 정도의 사람이 공원을 찾는다”며 “보통 아침에는 학생이 많고 오후에는 젊은 사람이나 직장인, 관광객이 많다”고 말했다.

정수장을 이루던 여과지와 정수지·약품침전지는 수질정화원, 녹색기둥의 정원, 수생식물원, 시간의 정원 등 갖가지 수생식물이 자라는 정원으로 개조됐다. 농축조와 조정조를 재활용한 환경놀이터, 환경물놀이터는 어린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다. 환경물놀이터를 왼편으로 하고 오른편 언덕을 올라가면 ‘선유정’이라는 현판을 단 정자를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한강과 건너편 인왕산·남산·북한산·도봉산의 전경을 감상하기 좋다. 공원 맨 끝에 있는 선유교 전망데크도 탁 트인 전망을 느껴볼 수 있다.

전망데크 옆 아치형 모양의 선유교(469m)는 보행자 전용다리로 선유도 공원 산책의 하이라이트다. 양화 한강공원에서 선유도 공원으로 들어가는 또 다른 길인데, 무지개 모양이라 마치 신선의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특히 저녁에 방문한다면 야경과 월드컵 분수, 은은한 안개분수까지 즐길 수 있다.

선유봉은 사라졌지만 21세기에 새롭게 태어난 선유도 공원은 신선의 세계를 친환경적으로 재현하며 과거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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