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거친 물살과의 싸움, 더울 틈이 없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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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호 16면

“철썩” 소리와 함께 하얀 물보라가 얼굴을 때린다. 급류에 고무보트가 휩쓸리자 가슴이 방망이질 치기 시작한다. 노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 만큼 짜릿함이 더해진다.

돌아온 래프팅의 계절 한탄강, 주말엔 5000명 몰려

강원도 철원군 한탄강에 래프팅이 한창이다. 하루 평균 3000여 명, 주말이면 5000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곳에서 래프팅을 즐긴다. 장마가 끝나가는 이즈음이 래프팅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계곡에 물이 풍부해지면서 적당한 급류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낙엽과 같은 부유물이 떠내려간 뒤라 계곡물도 맑은 옥빛으로 갈아입는다. 짧게는 두 시간, 길게는 세 시간여를 급류와 씨름하며 내려오다 보면 가슴 가득 성취감이 차오른다. 함께 탄 사람과 ‘전우애’를 느낄 수 있는 건 덤이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한탄강 고석정 구간에서 래프팅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됐다. 당장 신문과 TV엔 산과 바다로 빠져나가려는 피서 차량으로 고속도로가 주차장이 됐다는 뉴스가 이어진다. 도심은 한적했다. 서울 청계천 일대는 날씨가 좋은 주말에는 6만 명까지도 몰리지만 31일 오후 3시 현재 청계천을 찾은 시민은 2만5000명에 불과했다. 평소 주말이면 하루에 등산객 3만 명 가까이 찾는 북한산 역시 이날 입장객은 2만 명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북한산관리소 측이 전했다. 북한산관리소 측은 “7~8월 주말은 지방이나 외국으로 휴가를 떠나는 시민이 많아 도심에 있는 주요 산을 찾는 등산객이 오히려 줄어드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31일 하루에만 약 35만 대의 차량이 서울을 빠져나갔다. 이날 새벽 시작된 수도권 고속도로 정체는 하루 종일 이어졌다. 그래도 피서객의 마음은 행복하다. 짜증은 잠시다. 폭염 속 꽉 막힌 도로에서도 머릿속엔 산과 바다를 그려 넣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주 날씨는 ‘찜통’이다.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도 많겠다. 기상청에 따르면 비가 내리는 5~6일은 서울과 강원 지역의 낮기온이 30도를 밑돌겠지만, 그 밖의 날은 전국적으로 한낮에 30도를 훌쩍 웃돌 전망이다. 산과 바다로 떠난 피서객들이야 찜통 더위가 무슨 상관이랴. 도심에 남은 자들은 마음에라도 폭포수 떨어지는 계곡을 그려 보시길 권한다.

사진 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글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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