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기운 약해졌지만 더블딥 단정도 일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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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호 26면

미국 경제의 회복 기운이 약해지고 있다.
미 상무부가 7월 30일(현지시간) 내놓은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은 2.4%(연율)에 그쳤다. 월가 예상치 2.6%에 미치지 못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미국의 잠재 성장률과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의회에서 귀띔한 대로 회복 모멘텀이 약해지는 수준이다.

2분기 성장률 2.4%, 기로에 선 미국 경제

민간 기업의 설비투자와 미 정부의 경기 부양이 올 2분기 미 경제를 이끌었다. 민간 소비도 1.6% 늘어 성장에 기여했지만 전 분기만 못했다.

2분기에 미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은 가장 큰 요인은 수입 증가였다. 상무부는 “수입이 수출보다 빠르게 늘어나 성장률 2.78%포인트를 깎아먹었다”고 발표했다. 기업들의 재고 감소도 회복 기운을 약하게 했다. 기업 재고 증가는 올 1분기까지 회복을 이끈 주 엔진 가운데 하나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상무부 발표 직후 “미 경제가 최근 1년 동안 플러스 성장했다”며 “2.4% 성장은 이번 침체의 정도에 비춰 좋은 징조”라고 말했다.
회복 추세를 보면 좋다고만 말하기 힘들다. 미 경제는 지난해 3분기에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4분기 5.0%를 기록해 침체 탈출 기대를 부풀게 했다. 하지만 올 1분기 이후 성장 곡선이 다시 내리막길 모양이다. <오른쪽 그래프>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기업 실적 증가와 설비 투자가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지난달 29일까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미 주요 기업 10곳 가운데 7곳의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42% 늘었다. 중국·인도·한국 등 신흥시장의 수요 증가 덕분이었다.

미 기업들의 투자·순이익만큼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고 있다. FRB 경제동향보고서(베이지북)에 따르면 미 기업들이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기존 설비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투자비를 집중적으로 쓰고 있다. 지난해 10월 실업률이 10.1%에 이른 이후 조금씩 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올 6월 현재 실업률은 9.5%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요즘 노동시장은 더블딥(이중침체)이었던 1981~82년보다도 더디게 회복하고 있다. 2차 오일쇼크까지 겹친 당시 일자리는 침체 시작 18개월쯤에 가파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번엔 26개월이 지난 뒤에 증가하기 시작됐다. 더딘 일자리 증가는 민간 소비 증가를 가로막고 있다. 소비는 미 경제의 70%를 차지한다. 최대 성장 엔진이 제 추력을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WSJ와 파이낸셜 타임스(FT)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2차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때문에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 의원들의 의견도 엇갈려 오바마 대통령의 2차 경기부양안이 통과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블룸버그통신은 “올 2분기 성장률은 더블딥 논란을 잠재우지 못했다”고 평했다. 성장률 2.4%는 회복 기운이 약해지고 있기는 하지만 다시 침체로 미끄러지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미 경제가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시장 반응도 분명치 않았다. 이날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는 1.2포인트 떨어진 반면 나스닥은 3포인트 정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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