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전국대학평가]현장위주 교육과정 편성 실습기자재 확충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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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교대가 4년제로 전환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 전문적인 초등교사 양성기관에 걸맞은 교육여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2백여명의 초임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실습기자재·도서자료·토론실 등의 기본적인 인프라의 개선'이 '현장과 밀접한 교과과정'과 함께 교대의 최우선 개선점으로 꼽혔다.

올해 지방의 한 교대를 졸업한 초등학교 교사 安모(23·여)씨는 대학시절 피아노 실기시험 때는 오전 5시에 학교에 나와 연습하곤 했다.

전교생 2천명이 피아노 실기수업을 하지만 학교엔 피아노가 40대 정도뿐이고, 그나마 조율이 안된 것이 많아 평소에는 제대로 된 연습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학 실습용 재료가 모자라거나 실험용 약품이 없어 개인 돈을 들이기도 했다"고 安씨는 말한다.

한 교대 관계자는 "수십년 된 체육관이 재난위험 시설로 분류돼도 재정 때문에 수년째 임시방편으로 조금씩 고쳐가면서 쓰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교육인적자원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 교대 건물 2백6개동 중 1백29개동(62.6%)이 2년제 시절인 1982년 이전에 지어졌다.

최근 교대를 졸업한 초임 현장교사들은 현재 교대의 시설이 판서(板書)보다 활동 위주로 진행되는 초등학교 교육에 맞춰 예비교사들을 교육시키기엔 턱없이 낡고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나마 최근 들어 교대에 첨단 교육시설이 점차 보강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한 교대는 첨단 멀티미디어 시설을 갖춘 교육 자료실을 만들었지만 운용할 프로그램이나 관리 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수업시간 외에는 개방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 교원양성연수과 관계자는 "최근 교대에 전산시설을 비롯한 기자재를 많이 보충했지만, 소프트웨어·하드웨어·휴먼웨어의 균형이 뒷받침되지 않아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교대의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지난 5월 '교육대학교 5개년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1천1백58억원을 투입해 교사 교육프로그램 개발, 교사교육센터 설립, 정보화시설 개선 등의 과제를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방안을 추진하기 위한 예산이 당초 3천억원에서 절반 수준으로 삭감돼 교대 일각에서는 제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염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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