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학이 아직도 주체사상 온상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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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국외대 총학생회 사무실에서 북한의 주체사상 논문집과 노동신문 사설 복사본이 발견됐다. 이 사무실은 외대의 전 총학생회장이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감 중인 제12기 한총련 의장 등이 사용하던 곳이다. 한총련이 여전히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세력이라는 사실이 재확인된 것이다. 학생회라는 학생자치기구가 북한의 선전도구로 아직도 놀아나고 있는 한심한 모습이 드러났다.

한총련은 2년 전 발전적 해체 후 대중적 학생조직으로 탈바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념 투쟁에서 벗어나 학내 문제와 정치 개혁 문제를 포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5.18 기념식장 방문 현장에서 기습시위를 벌인 탓에 합법화와 수배자 해제는 원점으로 회귀했다. 한총련의 노선 수정 공약은 결국 합법화를 노린 교묘한 전술이었던 셈이다. 여당의 보안법 폐지 방침이 확정되자 한총련은 대외 투쟁을 자제했다. 보안법이 폐지되면 한총련은 합법단체로 인정받고, 40여명의 수배 해제는 물론 기소된 50여명도 공소 취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전술적 판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 어느 때라고 상아탑이라는 성역 안에서 주체사상을 학습하고 있는지 한심할 뿐이다. 사회주의를 알려면 정식으로 공부를 통해서 제대로 알라. 북한의 선전물을 읽고 이를 답습하고 있으니 대학이 북한의 선전장인가. 왜 아직도 이런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는지 한심하다 못해 불쌍하다. 1980, 90년대 주체사상에 심취했던 386세대의 후유증이 이렇게 크다니 이 사회의 큰 문제다. 한총련의 전신인 전대협 출신들이 대거 국회에 진출한 것이 한총련을 고무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대학당국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한총련의 눈치를 보며 타협하고 적당히 넘어가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기 바란다. 대학을 이들의 운동 터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사법당국도 보다 엄격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 대법원은 아직도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발견된 문건을 수사하고 관련자를 처벌해야 한다.